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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가 발굴한 김유원 "100번 탈락해도 포기 안했죠"

송고시간2019-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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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발굴한 신진 지휘자 김유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발굴한 신진 지휘자 김유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로 선발된 김유원 지휘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20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햇볕이 뜨겁던 지난 7월.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지휘자 김유원(31)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우스를 눌렀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진 지휘자 공모전 '넥스트 스테이지' 서류접수 마지막 날이었다.

꿈은 현실이 됐다. 14:1 경쟁률을 뚫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할 기회를 거머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김유원은 "드디어 부모님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유원은 어릴 적부터 '음악 영재'는 아니었다고 했다. 교육학자인 어머니와 한문학자인 아버지는 딱히 음악 공부를 강권하지 않았다. 대신 대구 범물여자중학교(현 범일중) 재학 중 우연히 참여한 합창대회가 나침반이 됐다. 지휘자 손끝에서 음표가 자유자재로 노니는 데 매혹됐다.

지휘 공부는 머나먼 길이었다. 서점에서 합창지휘교본을 사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탐독하던 대구 여중생은 서울 선화예고로, 서울대학교 음대로 한발씩 전진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작년에는 미국 커티스음악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30년 남짓 인생의 절반을 고향을 떠나 산 셈이다.

음악 공부는 즐거웠고 외로움도 견딜만했다. 문제는 '언어'였다. 이방인 티를 낼수록 무시당하기 쉬웠다.

"사실 지휘자는 언어 능력이 참 중요해요. 100명 가까운 연주자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해야 하니까요. 저는 독일어 한마디 모르고 오스트리아 유학을 갔거든요. 처음에는 리허설 때 '여기부터 해봅시다' 말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수업 전날이면 잠도 안 자고 상황에 맞게 대본을 썼어요. 악보가 새까매지도록 필기해뒀죠. 그런 시간을 1∼2년 보냈더니 자유롭게 말이 나오더라고요."

언어에서 자유로워지자 본격적으로 커리어가 쌓였다. 2014년 미국 아스펜 음악제에 장학생으로 참가해 한국인 최초, 여성 최초로 로버트 스파노 지휘자상을 받았다. 2015년과 2017년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으며, 작년에는 노르웨이 문화부 주관 프린세스 아스트리드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비결을 묻자 수줍은 웃음과 함께 "인터넷 검색"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젊은 동양인 지휘자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절대 기회가 오지 않아요. 유명 연주자들의 프로필을 보고 옛날에 어떤 콩쿠르나 음악제에 참가했다는 걸 메모해놨다가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저도 지원했죠. 처음에는 원서 100개 내면 다 떨어졌어요. 서류 통과도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운 좋게 1개가 걸리고, 그걸 발판으로 다음 기회가 또 찾아왔죠. 유럽 생활하면서 하루에 하나씩은 대회든, 장학 프로그램이든 꼭 지원했던 것 같아요. 하도 많이 해서 이제 서류 작업이나 영상 편집에는 통달했어요.(웃음)"

'신예 지휘자 김유원'
'신예 지휘자 김유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로 선발된 김유원 지휘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20

김유원은 9월 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베토벤 교향곡 2번,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준비했다. 지난 6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한 김동현(20)이 협연자로 나선다.

이 가운데 베토벤 교향곡은 베토벤(1770∼1827)이 32세가 된 1802년 쓴 곡이다. 구조적 완성도가 뛰어나 지휘과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교과서 같은 곡이기도 하다.

김유원은 "베토벤이 저와 비슷한 청년기에 쓴 곡을, 스무살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연주하게 돼 신기하다. 젊은 음악가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궁합)를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또 "드디어 언어 문제없이 한국 연주자들과 호흡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게 기대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김유원은 내년 5월이면 미국 커티스음악원을 졸업한다. 야무지게 걸어온 행보만큼, 또 단단한 미래를 꿈꾼다.

"지휘자는 콩쿠르 하나 입상한다고 스타가 되지 않아요. 모든 악기를 이해하고, 작곡가와 연주자를 이해해야 하니까요. 어찌 보면 60세, 70세가 넘어도 완성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연주가 일상이 되는 게 꿈이에요. 데뷔 꽃다발 한 번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배워나가며 직업 지휘자로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신인 지휘자의 당찬 모습'
'신인 지휘자의 당찬 모습'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로 선발된 김유원 지휘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20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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