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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소설가, 이대 특강…"페미니즘, 남성 혐오 아냐"

송고시간2019-08-2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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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소설가 아디치에 "모두가 페미니스트 돼야…페미니즘 다양성 지향"

질문에 답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질문에 답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여성이 억압된 역사를 직시하면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합니다. 페미니즘적이지 않은 사회는 남성도 살기 힘듭니다."

나이지리아 출신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2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이화여대 등이 주최한 '보라색 히비스커스' 출간 기념 방한 특별 강연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아디치에는 "남자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힘이 세야 한다', '울면 안 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등 '남성스러워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듣는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남성들이 겪는 남성성의 강요와 여성들이 겪는 여성성의 강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디치에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특정) 행동을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며 "남성에게도 엄격한 (성별) 기준이 강요되지만, '여성이 싫어해서'라는 단서는 안 붙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결혼 못 한다', '여성이 싫어한다' 등의 말을 남성들은 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은 청소와 요리를 하는 것이 남편을 위해서고, 남편을 기죽일 정도의 큰 야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며 "여성이 남성의 기대에 부합하게 사회화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싫어하기 때문에 남성이 (행동을) 자제한다면 세상의 성범죄율이 뚝 떨어질 것 같다"며 "(남성이) 여성의 눈치를 보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면 전염병처럼 번진 성폭력이 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성도 욕구가 있는 존재라고 인정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여성이 물건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디치에는 "처음 소설가로 나이지리아에서 알려졌을 때 대중들이 좋아했는데,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악마라고도 불렸다"며 "보수적인 사람들은 남성 혐오 때문에 저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한다. 남성 혐오가 아니라고 변호하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라며 "페미니즘은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을 받는 것, 남성이 남성이기 때문에 우위에 있는 것이 부당하다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아디치에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를 분노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몰랐던 네살 때부터 페미니스트였던 것 같다"며 "어릴 때 주변을 관찰하면서 남자의 존엄성과 여자의 존엄성이 다르다고 느꼈다. 남성에게만 존엄성이 부여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스러움'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는 응원을 한다면서도 "'코르셋'을 입는 여성들에게 '여성주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여성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1977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아디치에는 첫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받았다. 그는 페미니즘을 알리는 에세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도 저술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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