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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압박받는 유럽도 '이혼 준비' 한창

송고시간2019-08-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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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혼란 최소화 위해 세관·국경 검사 인력·인프라 확충

각국 거주 영국 국민에 대한 신분보장 제도 등 손질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영국이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유럽 각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국의 으름장처럼 오는 10월 31일에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EU 회원국은 유예 기간 없이 영국과 즉각 남남이 되는 만큼,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브뤼셀의 EU 본부 앞에서 나부끼는 영국 국기(왼쪽)와 EU기 [AP=연합뉴스]

브뤼셀의 EU 본부 앞에서 나부끼는 영국 국기(왼쪽)와 EU기 [AP=연합뉴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과 교역에서 발생할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관 직원을 늘리고, 항만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자국에 거주하는 영국 시민에 대해서는 EU 대부분 회원국이 일정 기간 현재와 동일한 신분을 보장하는 일종의 '유예 기간'을 둬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영국 B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 각국의 움직임을 정리했다.

우선 EU를 총괄하는 행정부에 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 4월 노딜 브렉시트를 상정한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

집행위는 노딜 브렉시트 시 이행 기간 없이 영국이 즉각 제3국이 되는 만큼, 국경에서 관세가 즉각 발효되고, 통관 규정 등이 준수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화물 운송부터 항공교통, 금융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의 대비책을 점검하고 있다.

EU 회원국 중 최대 국가인 독일은 정부 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특별 내각을 구성해 노딜 브렉시트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독일은 세관 직원 9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노딜 브렉시트 시 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안, 세제, 금융서비스 등의 분야에 있어 새로운 법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또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해도 독일에 거주하는 영국 시민이 9개월간은 거주권, 노동권 등을 종전과 동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독일 내 영국인들은 이 9개월 안에 체류증을 신청해야 한다.

영국 도버항에 줄지어 서 있는 트럭들 [AFP=연합뉴스]

영국 도버항에 줄지어 서 있는 트럭들 [AFP=연합뉴스]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마주한 프랑스는 2020년까지 세관 직원을 700명 더 고용하는 등 통관 업무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또한 세관 직원과 통관 업무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5천만 유로를 투입해 항만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물류 트럭들의 원활한 국경 통과를 위해 IT 시스템도 보완하고 있다.

접경지대에서 식품과 동·식물 검역 업무를 할 직원 300명도 새로 뽑는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1월 노딜 브렉시트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고 명시한 새로운 법안을 처리했다.

노딜 브렉시트로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아일랜드도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일랜드는 지난 2월 노딜 브렉시트 법안을 승인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영국과 철도, 버스 서비스가 계속되도록 하고, 양국 시민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나들며 상대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들어오는 교역품에 대한 국경 검문을 신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밝혔다.

아일랜드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이 EU에 남아 있는 경우와 비교할 때 203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7% 하락하고, 2년 내로 일자리 5만5천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접경 지역에 설치된 브렉시트 반대 선전물 [AFP=연합뉴스]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접경 지역에 설치된 브렉시트 반대 선전물 [AFP=연합뉴스]

네덜란드는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과의 교역품 점검을 위해 로테르담 항만에 세관 직원 900명, 수의사 145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세관 직원 321명, 국경 경비대원 14명을 추가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년 1천만 명이 넘는 승객이 영국을 오가는 암스테르담의 관문 스히폴 공항에 100명의 세관 요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영국 여권 소지자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브렉시트 이전부터 네덜란드에 거주해온 영국 국민에게는 임시 체류증을 발급해 15개월간 기존과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현재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영국인은 4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네덜란드에서 이미 공부를 시작한 영국 학생들은 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 입국한 학생들은 전보다 훨씬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역시 브렉시트로 세관 직원 368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달까지 이 가운데 268명의 채용을 완료했다.

벨기에 식품안전청(AFSCA) 역시 영국을 오가는 식품 안전의 검사를 담당할 300명의 인력을 새로 뽑는다.

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거주와 사회보장, 납세 등에 있어 현재와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스페인 역시 노딜 브렉시트 시 공항과 항만에서 860명의 검역 요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인은 또한 지난 3월 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내년 12월31일까지 의료 서비스를 비롯해 현재와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페인에 사는 영국인들은 다만 이때까지 자신들의 법적 거주 지위를 입증하기 위한 외국인 신분증을 신청해야 한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영국을 제외하고 영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로, 현재 공식적으로 30만명의 영국인이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

스페인은 아울러 영국 자치령인 지브롤터에서 일하고 있는 9천명의 스페인 국민도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시민과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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