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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내'가 사라졌다

송고시간2019-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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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기획의도와 달리 신파만…"작가와 연출의 엇박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초반 기획의도를 잃고 진부한 신파만 번복하며 표류한다.

현대 사회 새로운 모녀상(像)을 조명하겠다는 초반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결국 흔해 빠진 '핏줄' 이야기만 남았다.

비판이 심화하는 가운데 KBS는 작품 연장을 결정, 종영까지는 아직 약 한 달이 남았다. 시청률도 이전 KBS 주말극들과는 달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닐슨코리아 기준) 사이에서 힘겹게 줄타기 중이다.

방송 초반만 해도 이 작품은 제목처럼 엄마 박선자(김해숙 분)와 워킹맘 장녀 강미선(유선), 배다른 둘째 딸 미리(김소연), 명랑소녀 막내딸 미혜(김하경)의 각기 다른 관계와 사연을 조명하는 듯했다.

손녀를 봐주며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힘들 때는 서로를 찾는 선자와 미선,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친모녀 못지않게 끈끈한 선자와 미리, 그리고 집에 있어도 걱정 내놔도 걱정인 미혜까지. 다양한 모녀상을 유쾌하게 비추며 여성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KBS 제공]

그러나 미리의 가족사와, 미리-태주(홍종현) 로맨스에 시청자가 가장 많이 호응하기 시작하자 작품은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일단 모녀 관계부터 미리와 선자보다도 미리와 친엄마 전인숙(최명길)에 집중되면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나'가 선자인지 인숙인지도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종수(동방우)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과 너무나도 전형적인 나혜미(강성연)의 악행, 답답하게 꼬인 미리와 태주의 로맨스 등이 1990년대 통속극을 보는 듯 반복되며 시청자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실종 해프닝 한 번으로 회사를 관둔 워킹맘 미선과 고부갈등, 미혜와 우진(기태영)의 로맨스는 곁다리로 그려지지만 그 역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KBS 제공]

방송가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패인을 연출과 작가의 미스매치로 꼽는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24일 통화에서 "조정선 작가는 명랑하고 코믹한 것에 강한데, 김종창 PD는 정통 멜로에 능한 사람"이라며 "초반에는 조 작가 의도대로 이완용 웃음이 많이 나오다가 최근에는 김 PD가 끌고 가면서 무거움이 남았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조 작가의 전작 '며느리 전성시대'(2007~2008), '솔약국집 아들들'(2009) 등을 보면 통속적이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은 부분들이 보인다.

반면, 김 PD는 '장밋빛 인생'(2005), '미워도 다시 한번'(2009) 등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전인숙은 '미워도 다시 한번' 속 한명인(최명길)을 떠올리게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아쉬움을 가득 남기며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KBS는 후속작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도 선자 못지않은 억척 엄마 캐릭터 선우영애(김미숙)가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윤 교수는 "기존 주말극에서 이야기한 모녀 관계의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을 뛰어넘지 못하면 아무리 다른 스토리라인을 제시해도 성과가 없을 것 같다"라며 "이제는 핏줄만 강조해서는 현실을 담아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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