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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공기' 가득한 일본을 파헤치다

송고시간2019-08-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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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고이치의 신간 '일본 '우익'의 현대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재특회' 따위는 필요 없다. 사회의 일부는 충분히 극우화됐다. 우리의 주체는 선전차를 모는 우익도 아니고 재특회도 아니다. 극우의 분위기를 탄 일반인이다."

기자 출신 논픽션 작가 야스다 고이치(55·安田浩一) 씨는 2012년 '거리로 나온 넷우익'을 펴내 화제가 됐다. 이듬해에 한국에서도 출간된 이 책이 다룬 넷우익은 재특회(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 모임)였다.

이들은 거리 곳곳에서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일본의 극우화는 날로 속도를 더해갔다. 재특회가 내뱉는 혐한, 혐중 발언은 일본 사회의 일상이 돼버렸다.

그런데 그 재특회마저 필요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 일본 사회는 그만큼 '극우 공기'로 가득 찼다. 정치인들도 망설임 없이 차별 데모에 참여하거나 차별 발언을 하고, 블로그에 외국인을 '구더기', '바퀴벌레'로 표현해 물의를 빚은 신사 궁사의 저서에 아베 신조 총리가 버젓이 추천사를 쓴다.

혐오발언을 무기로 하는 '재특회'의 시위(사진=오월의봄)
혐오발언을 무기로 하는 '재특회'의 시위(사진=오월의봄)

저자는 그 후속서로 '일본 '우익'의 현대사'를 출간해 극우 공기가 가득한 일본을 또다시 파헤친다. 일본의 기존 우익은 이제 국가권력의 거수기로만 행세한다. 정부와 함께 개헌을 위해 움직이는 확성기 역할을 할 뿐이다. 시민사회나 소수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위협하기만 한다.

이 시대 우익 주체는 바로 '극우의 분위기를 탄 일반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정치인들은 증오와 배타로 넘쳐나는 사회의 분위기를 연료 삼아 움직이고 있을 뿐이란다.

일본 우익의 모습은 애초부터 이랬을까? 우익이란 무엇을 지향하던 사람들이었는가? 국가권력과 우익의 관계는 어떠했던가? 그리고 우익에게 천황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잇달아 던지며 우익의 역사를 개괄한다. 그 역사는 현재의 일본을 움직이는 '일본회의', '넷우익(인터넷 우익)'으로까지 이어진다. 우익의 역사를 추적하면 일본의 정체가 보이고, 우익의 정체를 알아야 지금의 일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픽션 역사서를 출간하기 위해 저자는 전전의 암살단체인 혈맹단에서부터 최근의 재특회, 일본회의까지 우익의 현대사를 훑고, 관련 사건 현장과 인물들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 전전의 일본으로 회귀코자 하는 우익의 심리와 그들의 주장, 그들의 특징과 문제점도 하나하나 파헤쳤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우익은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하나인 '전통 우익'은 전후 미국이 만든 질서를 부정하고 전전의 천황 중심 세계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거리 선전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 우익'은 반공, 반좌익의 기치를 내건 채 군복을 입고, 선전차를 타고, 군가를 울리는 등 직접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폭력단이 모체인 '임협 우익'은 반공과 애국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폭력 사건 등을 일으키고, 1970년대에 등장한 '신우익'은 친미 일변도인 기존 우익단체와 달리 반미, 반체제를 외쳤으나 이젠 이단 취급을 받는다.

다음은 '종교 보수'로, 종교 보수단체가 모체인 일본회의와 그 쌍두마차격인 신도정치연맹이 있다. 이 가운데 일본회의는 정계에 깊이 연결돼 아베 총리 등 수백 명의 정치인이 관련 모임의 멤버이고, 신도정치연맹에는 전국 대부분의 신사가 가맹된 신사본청이 그 배후란다.

마지막으로 배외주의와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넷우익'. 하지만 일본 사회는 규모가 작아진 재특회가 더이상 필요치 않을 만큼 극우화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과거 재특회의 혐오발언이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고, 기존 우익과 넷우익의 경계도 허물어져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12일 방송된 'MBC스페셜-아베와 일본회의'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12일 방송된 'MBC스페셜-아베와 일본회의'

천황을 절대시한 권력의 나팔수이자 권력을 위한 폭력 장치였던 우익은 1945년 종전 이후 변신을 거듭하며 그 영향을 키워왔다.

천황의 질서를 무너뜨린 미국을 반대해야 마땅하지만, 우익은 손쉽게 '반미'에서 '친미'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망설임이나 고통의 표현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반공'과 '애국'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정치-폭력단-우익의 트라이앵글이 형성된 것이다.

지금 일본 우익은 '혐한'을 외치지만 한국의 군사정권까지는 한국과 동지 관계였다.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등 한국 군사정권 시절에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한 가운데 정권 유지를 꾀한 것. 하지만 1987년 한국이 민주화하면서 군사정권이 무너지자 일본 우익은 그 반공 파트너를 잃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일본 사회에 극우의 공기를 불어 넣는 대표적 주역은 일본회의다.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1997년 통합해 탄생한 일본회의는 개헌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정계에 깊숙이 개입한다. 일본회의와 깊은 관계인 아베 총리는 2017년 일본회의 주최 집회에 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내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지하는 국민운동을 일으킨 것도 이 일본회의였는데, 일본 우익은 천황이 없이는 여전히 존재할 수 없다.

저자는 "'안보의 계절'이 지나고 좌익 세력이 쇠퇴하면서 우익도 좌익과 마찬가지로 방향을 잃고 세력이 꺾였으나 '반공'을 대신하는 '개헌'이라는 새로운 테제를 구심력 삼아 우익이 활로를 찾았다"면서 "이런 흐름에서 일본회의 같은 대중 조직이 탄생했다"고 들려준다.

이를 자양분 삼아 21세기엔 '넷우익'이라는 계층도 생겨났다. 저자는 "넷우익을 포함한 우익 세력의 목적은 개헌뿐 아니라 인종, 반전, 반차별과 같은 전후 민주주의가 키워온 상식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후라는 시간에 대한 반동을 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월의봄. 이재우 옮김. 340쪽. 1만6천원.

일본 '우익'의 현대사
일본 '우익'의 현대사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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