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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지역경제] "심청상품권이 효녀"…곡성군 찾는 관광객 소비 유인

송고시간2019-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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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입장권 연계판매'로 상품권 판매 눈덩이 성장…"전자화폐 도입 검토"

곡성 심청삼품권 2천원권
곡성 심청삼품권 2천원권

[곡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곡성군 공무원 A씨는 매달 10만~20만원씩 월급의 일부를 지역 화폐인 곡성 심청상품권으로 받는다.

당직을 서면 받는 수당도 상품권으로 받고, 복지포인트의 일부와 생일 축하금도 상품권으로 수령한다.

A씨는 이 상품권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곡성 지역에 사는 어머님께 용돈으로 드린다.

A씨 어머니는 이 지역화페로 미용실, 목욕탕을 가고 읍내 장터 행상에서 장도 본다.

직접 기른 채소를 머리에 이고 마을을 나서 읍내 장에서 판 할머니는 손님에게 받은 상품권으로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식당 주인은 한달여 동안 모은 상품권을 농협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한다.

수수료는 무료다. 가맹점에 부과해 오던 할인 수수료 1%를 군비로 대신 지급하면서 지역 가맹점의 부담을 크게 덜었다.

반대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이들도 상품권을 1% 싸게 구매할 수 있고, 현금영수증까지 받을 수 있어 비록 적은 비용이지만 이득이 쏠쏠하다.

전국 지자체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곡성처럼 실제 화폐 유통까지 이어져 제역할을 하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곡성 심청 상품권 유통
곡성 심청 상품권 유통

[곡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군에서 효녀 심청을 모델로 한 상품권이 등장한 것은 2001년 9월이다.

지역 내 소비로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유동자금의 타지역 유출을 억제해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상품권 사용자도 일부 공무원에 불과했다.

이에 곡성군 공무원들은 월급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받고, 해마다 5~10%씩 심청 상품권을 더 사자는 자체 캠페인도 벌였다.

군청과 공무원노조는 각종 포상금이나, 체육대회 경품 등을 상품권으로 지급했고 공무원들은 해마다 100만원 남짓 지급되는 복지 포인트 중 10만원씩을 상품권으로 받아 곡성 지역에서 썼다.

그 영향으로 상품권을 취급하는 곡성군 내 가맹점 수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입 초기엔 주유소나 대형마트에서나 사용이 가능했지만, 상품권 출시 19년째인 올해는 가맹점 수가 517개로 대폭 늘어났다.

곡성 대부분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특히 곡성 지역 화폐가 크게 성장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7년까지 17년 동안 약 228억원(연평균 약 13억원)의 상품권을 판매해, 인구 3만의 곡성군에 지역 경제 활성화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인구 감소와 간편 결제 수단의 보편화로 상품권 판매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에 지역 화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라는 부군수 지시사항이 떨어졌고, 담당 공무원은 고심 끝에 타 지자체를 참고해 지역 관광지 입장료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관광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관광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1월부터 관광명소인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입장료를 3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리고, 대신 인상분 2천원을 심청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방안을 시행했다.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약 10억9천만원 판매된 심청 상품권은 2018년에는 약 26억7천만원 팔려 전년 대비 판매액이 145% 늘어났다.

올해에도 6월 말 기준 17억3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판매돼 고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섬진강기차마을 입장권 연계 판매액은 12억7천여만원으로, 상품권 총 판매액 대비 47.7%를 차지했다.

관광지 입장권 연계 판매의 경제 효과는 실제 판매 액수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다.

관광객들은 입장권과 함께 받은 2천원 상품권으로 관광지 내에서 지역 특산품과 먹거리를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곡성 지역 곳곳에서 쓰면서 상품권 액수를 초과한 소비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심청 상품권 홍보 캠페인
심청 상품권 홍보 캠페인

[곡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군은 입장료 연계 판매를 시작한 2018년에만 50억원 이상의 간접수익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곡성군의 지역 화폐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한 발길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연수생 25명이 지역 화폐의 성공적 유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곡성군을 찾기도 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상품권 활성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종이 화폐라는 심청 상품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자 화폐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주민들에게 상품권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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