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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트럼프 무역압박·美기술기업 맞설 공격적 계획 입안"

송고시간2019-08-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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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EU, '유럽미래기금' 창설 골자로 한 방안 마련 중"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유럽연합(EU) 관리들이 무역갈등을 고조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조치와 미국의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맞서기 위해 야심찬 계획을 입안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 유럽판이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오는 11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체제 출범을 앞두고 EU 관리들은 1천억 유로(약 134조원)가 넘는 규모의 '유럽미래기금' 창설을 골자로 한 173페이지 분량의 공격적인 계획안을 마련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계획안은 유럽미래기금을 잠재력이 큰 유럽 기업에 투자해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뒤처져온 유럽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시가가 최대 1조 달러에 이르러 음악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같은 유럽의 일류기업보다 그 가치가 100배에 이른다.

미국 - EU 무역갈등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미국 - EU 무역갈등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또 유럽 기업들은 미국 기술기업뿐만 아니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거대 기업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라고 계획안은 지적했다.

이번에 제안된 유럽미래기금이라는 EU의 기술투자기금은 EU가 시장 친화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던 것에서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EU는 이를 통해 과거에 GSM 모바일 표준을 세계적으로 발전시켜 노키아의 부상을 뒷받침했던 것과 같은 성공을 되풀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밝혔다.

유럽미래기금 제안은 지난 5년간 글로벌 기술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EU의 몇 가지 노력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다.

앞서 EU는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추진해 전 세계의 많은 거대 기업과 시장에서 채택하도록 했다.

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공정경쟁을 내세워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과 세금 징수를 부과했다.

EU는 새로운 기금의 재원을 벤처캐피탈, 연구 펀딩, 지역발전 등으로 할당된 EU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EU의 이번 계획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련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계획안은 유럽미래기금과 별개의 조치로 EU가 미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새로운 수단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례로 계획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멈추도록 하려는 노력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시행규칙안'을 사용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 분쟁조정기구인 항소기구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WTO 무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과 계획안에서 언급된 EU의 보복공격이 성공한다면 세계 무역은 '정글의 법'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폴리티코는 우려했다.

이 계획안은 현재로선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이 채택하기를 바라는 EU 관리들의 '희망사항 리스트' 중의 일부이다.

또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유럽미래기금이 발족하기 위해선 유럽의회와 EU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폴리티코는 이번 계획안이 견인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계획안 자체가 미래의 글로벌 경제 핵심주체로서 지위를 강화하는 경쟁에서 유럽이 미국과 중국에 더 뒤처질 위기에 있다는 점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가장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도 변수다.

시장 중심적인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게 된다면 이런 제안에 대해 분명히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영국의 영향력이 없게 된다면 EU는 더 자유롭게 시장개입적인 경제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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