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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역할 없이 韓피해 지켜보던 美, 지소미아 종료에는 발끈

송고시간2019-08-2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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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엔 "강한 우려·실망"…日수출규제 땐 경고 메시지 없어

NYT "오래 전 개입해 말렸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별 관심 안보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강도 높게 반발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특별한 관여 없이 지켜보던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도 동북아 주요 동맹국인 한일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내내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피해온 탓에 사태 악화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내놓은 반응은 강도가 꽤 셌다는 게 중론이다.

오전에 배포된 미 국방부 논평은 한일의 신속한 이견 해소를 위한 협력을 당부하는 정도였지만 오후에 줄지어 나온 반응은 결이 완전히 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공개 표출했고 국방부와 국무부가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는 논평을 잇따라 내놨다.

익명을 요청한 미 정부 소식통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등 동맹국에 대한 보기 드문 반응들이 연달아 나왔다.

중국의 패권 견제가 핵심인 인도태평양전략과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해온 미국 입장에서 협력의 상징처럼 여겨온 지소미아를 한국 정부가 종료한 데 대해 상당한 수위의 표현을 동원해 불쾌감을 표출한 셈이다.

지소미아 종료 (PG)
지소미아 종료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당시의 반응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예고한 7월초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국은 늘 공개적으로, 그리고 막후에서 우리 3개국의 양자·3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냈을 뿐 일본에 공개 경고하는 메시지는 발신하지 않았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8월 초에도 "한일이 창의적 해법을 위한 공간을 찾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최근 몇 달 간 양국의 신뢰를 손상해온 정치적 결정에 대한 일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한일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을 때도 창의적 해법과 신중함을 당부하는 입장을 취했다.

한일 갈등의 본격 악화를 초래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당시에 비해 지금은 한일 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시점이라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한국이 상당 수준의 피해를 볼 수 있고 한일 관계의 악화가 결국 한미일 3자 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미국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국의 피해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미국의 이익이 걸린 지소미아 종료에 발끈하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8월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을 앞두고 한일에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공개 촉구하며 사태 악화 방지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러한 합의의 성사를 위해서 적극적 역할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대화 촉진 수준의 관여에 미국의 역할을 한정한 채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한 추가적 역할에는 선을 긋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한미일 3국간 양자·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미국에 직접적 피해가 없어 보이는 한 크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의 22일 사설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NYT는 "미국은 오래전에 개입해 싸움을 말렸어야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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