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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추문 논란' 속 다시 오페라 무대 오르는 테너 도밍고

송고시간2019-08-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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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서 베르디 작품 공연

찬반 갈려…"성급한 매장 안돼" vs "피해자들에 상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동료 가수 등 다수의 여성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른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밍고는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이날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에서 바리톤 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AP=연합뉴스]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AP=연합뉴스]

도밍고가 무대에 서는 것은 그가 오랜 세월에 걸쳐 동료 가수 등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왔다는 폭로가 제기된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지난 13일 도밍고가 수십 년간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여성 총 9명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 왔다고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이번 의혹을 폭로한 인사들과 음악계 관계자들이 도밍고의 행태가 오페라 세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입을 모으면서, 도밍고는 그동안의 명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도밍고는 자신에 쏠린 의혹을 부정하면서 "여성들과의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즉각 항변했다.

하지만, 그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가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보도 직후 각각 내달과 10월로 예정된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런던의 로열오페라 하우스도 성 추행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히면서 도밍고의 혐의가 벗겨질 때까지 그가 무대에 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반면, 영미권이 아닌 유럽 공연계는 무죄 추정원칙을 적용해 도밍고의 예정된 공연을 막지 않을 방침이다.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성악가 도밍고가 주역을 맡은 오페라를 선전하는 포스터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에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성악가 도밍고가 주역을 맡은 오페라를 선전하는 포스터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에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헬가 라블-슈타들러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역시 성명에서 "현시점에서 되돌릴 수 없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와 함께 무대에 서는 동료 가수들도 도밍고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는 12월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서 열리는 도밍고의 오페라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비롯해 내년 11월까지 유럽 각지에 잡혀 있는 그가 출연하는 공연 21개의 대부분도 강행된다.

주최 측은 다만 도밍고의 언론이나 대중과의 접촉 기회는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 스캔들로 촉발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추문에도 불구하고 도밍고의 공연이 허용되고 있는 것을 반기고 있다.

성 추문 가해자로 폭로된 사람들을 성급히 매장할 소지가 있는 미투 운동의 광풍을 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활동가들은 유럽 극장들과 오페라 가수들이 제기된 의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도밍고 편에 서서 그가 출연하는 공연을 중단시키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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