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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뒤얽혀 21세기 난제 된 문화재 환수

송고시간2019-08-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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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박사가 쓴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영국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조각상
영국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조각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누군가 소중한 보물을 가져갔다. 도난 가능성이 크다. 긴 시간이 흘러 보물을 소유한 자에게 반환을 요청하지만, 상대는 거절한다. 지금까지 잘 보관해 왔기에 앞으로도 신경 써서 관리하겠다고 한다.

보물을 문화재로 바꿔보자. 문화재를 제작한 나라는 당연히 환수를 요구한다. 하지만 약탈국으로 의심되는 나라는 십중팔구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안타깝게도 피해국이 강제로 문화재를 돌려받을 법적 근거는 없다.

신간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는 오늘날 문화재 환수가 왜 어려운지, 대안은 무엇인지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연세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영국의 문화재 약탈과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고찰, 1790∼1980' 논문을 쓴 김경민 박사다.

저자는 먼저 문화재 약탈 문제가 제국주의 팽창과 맞물려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국가는 타민족 문화재를 소유하는 행위를 통해 자국 군사력과 경제력을 과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인 나라가 영국이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나라의 유물이 그 증거다.

저자는 "영국의 문화재 수집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약탈이었다"며 "영국이 주장하는 문화재 반환 거부 논리들은 법적 정당성과 문화국제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있으나, 논리가 편향적이고 도덕적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지적은 영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할 수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7만6천여 점에 이른다. 물론 그중에는 거래나 증여 형태로 일본에 간 문화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는 1970년 불법 문화재 반입과 반출·소유권 양도를 금지한 협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협약은 이전 시기로 소급해서 적용하지 못하고, 당사국이 아니면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문화재 환수는 유물을 보유한 개인 혹은 국가가 자발적으로 돌려주지 않으면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다. 논의 구조가 문화재를 가져간 나라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문화재 피해국으로 알려진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본인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 1876∼1948)가 이끈 탐험대가 중국 신장(新疆)자치구에서 수집한 이른바 '오타니 컬렉션'을 거론한다. 이 유물은 일본이 패망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그는 '유물 현상 보존'을 이유로 오타니 컬렉션을 중국에 주지 않는 한국과 파르테논 조각상 반환을 거부하는 영국 논리에 별 차이가 없다면서 불법 유입된 해외 문화재를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탈리아처럼 '도덕적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저자 조언은 한국 절도단이 2012년 쓰시마섬에서 훔쳐 온 고려 불상을 한국 법원이 돌려주지 않으면서 한일 문화재 교류가 경색 국면에 빠졌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민족주의적 감정이나 외부 동정론과 같은 기존의 도덕적 우월성에만 기대지 말고, 반환 거부 논리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반박하는 작업을 병행해야만 한다"며 "문화재 출처와 역사를 중요시하는 것과 동시에, 그 훌륭한 문화유산 가치를 어떻게 보호하고 공유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을유문화사. 372쪽. 1만6천원.

이해관계 뒤얽혀 21세기 난제 된 문화재 환수 - 2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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