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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랙스' 대그 "태권도의 나라 한국, 럭비도 즐겨보세요"

송고시간2019-08-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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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의 프로 전향 동영상에 등장한 전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

"전통춤 '하카'를 추면 천하무적이 된 듯한 기분"

2011년 럭비 월드컵 우승 주역…주한 4개국 상공회의소 초대로 방한

한국 찾은 이즈라엘 대그
한국 찾은 이즈라엘 대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이즈라엘 대그가 29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모습이 프린팅된 배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8.30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올 블랙스'의 주축이었던 이즈라엘 대그(31)는 이름이 특이하다.

이즈라엘의 영문 철자는 'Israel'로 지중해에 면한 유대인의 공화국 '이스라엘'의 국가명과 같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유대계 혈통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어머니가 성경을 읽고 지은 이름"이라며 "성경에서 'Israel'은 '신의 전사'라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은 항상 검은 유니폼을 입는다는 뜻에서 '올 블랙스'로 불린다.

뉴질랜드는 경기 직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하카'라는 일종의 군무로 상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카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전사들이 다른 부족과의 전투를 앞두고 추던 춤을 말한다.

지금은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의 상징이 됐다. 대그는 자신의 이름이 정해준 운명처럼 '올 블랙스'의 전사가 됐다.

"2010년 아일랜드를 상대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을 때의 희열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가족들도 무척 자랑스러워했죠. 뉴질랜드인이라면 어릴 때부터 누구나 럭비를 하고, '올 블랙스'가 되고 싶어합니다."

대그는 "특히 '하카'를 출 때는 천하무적이 된 듯한 느낌"이라며 "힘이 솟아오르는 그 기분은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의 '하카'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의 '하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그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올 블랙스'의 풀백과 윙으로 66경기를 뛰었다.

2011년 자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일약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그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대그는 2013년 10월 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2)와 함께 등장했다.

5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대그는 당시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였던 리디아 고와 함께 골프 대결을 즐긴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대그는 자신을 꺾은 리디아 고에게 "나를 이겼으니 이제 프로로 나가도 되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리디아 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한다. 대그가 놀란 듯 재차 묻자 리디아 고는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말한다.

리디아 고가 전 세계를 향해 프로 전향을 선언하는 그 동영상에서 대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등장한다.

대그는 "골프를 좋아하고, 리디아도 좋은 사람이라서 친해졌다"며 "리디아가 내 아들 첫 생일 때 선물을 해줬을 정도로 지금도 각별하다"고 소개했다.

2011년 럭비 월드컵에서 몸싸움을 뚫고 전진하는 대그
2011년 럭비 월드컵에서 몸싸움을 뚫고 전진하는 대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럭비는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지만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4월 은퇴한 대그가 로드 맥콜(호주), 조엘 스트란스키(남아프리카공화국)와 함께 한국을 찾은 것도 한국 럭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럭비 강국인 뉴질랜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3명의 전 국가대표는 주한 뉴질랜드·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프랑스 상공회의소의 초대로 28일 입국했다.

4개국 주한 상공회의소는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 맞춰 주요 럭비 인사들을 초대해 럭비 자선 디너를 개최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출신의 존 커완, 2015년에는 그레이엄 헨리 전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30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는 '2019 서울 럭비 자선 디너'의 수익금은 자선 단체와 한국 유소년 럭비 단체에 기부된다.

또한 대그, 맥콜, 스트란스키는 9월 1일까지 남은 일정 동안 한국 유소년 럭비 선수들을 지도하고 한국 럭비 클럽팀을 만나 한국 럭비의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그는 한국에서 럭비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일단 럭비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럭비는 실제로 했을 때 정말로 재미있는 스포츠"라며 "한국은 태권도가 굉장히 유명한데, 그렇다면 신체 접촉이 많은 럭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럭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의 경기들을 많이 열어야 하고, 세미 프로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저변이 넓어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럭비 인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즈라엘 대그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이즈라엘 대그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출신의 이즈라엘 대그(맨 왼쪽)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운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터너 대사의 오른쪽은 차례대로 조엘 스트란스키, 로드 맥콜. 2019.8.30.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일찍 선수 생활을 그만둔 대그는 현재 뉴질랜드 스카이 스포츠에서 럭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9월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팀 전망을 물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2위에 머무르며 럭비 월드컵 진출이 좌절됐다.

대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올 블랙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뉴질랜드는 럭비 월드컵 3회(1987년, 2011년, 2015년)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이다.

대그는 "뉴질랜드는 15년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며 "'올 블랙스'에 대한 자부심이 뉴질랜드 럭비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혹시라도 일본 럭비 월드컵에서 방사능이 우려되지는 않는지를 묻자 "그 이슈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뉴질랜드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가 별로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대사관저에서 환영 행사를 개최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한국도 다음 대회에서는 꼭 월드컵에 진출하길 바란다"며 덕담을 보냈다.

그는 "한일 갈등이 첨예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스포츠는 정치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9월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이 한국 분들이 럭비의 매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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