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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제주4·3 예술의 명맥 잇는 '놀이패 한라산'

송고시간2019-09-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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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단뒤 매년 4·3 창작극 무대 올려…"역사 바로잡아 제주 자존감 회복"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놀이패 한라산이 뜨는 곳엔 제주 4·3의 기억이 아로새겨진다.

마당굿 '세경놀이'의 한장면
마당굿 '세경놀이'의 한장면

[놀이패 한라산 제공]

한라산은 제주 사람들의 자존감 회복을 예술적 지향점으로 삼으며 30년 넘도록 마당극을 통해 4·3을 알리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역사적 해원굿도 벌여왔다.

한라산은 민주화운동이 정점에 달했던 1987년 당시 6·29 선언의 허구성을 꼬집은 공연 '그날 이후'를 무대에 올리며 창단했다.

한라산이 창단되면서 극단 '수눌음'이 1983년 창단 3년 만에 정부로부터 강제해산 당하면서 끊겼던 제주 마당극 운동에 숨을 불어넣었다.

한라산의 진가는 제주4·3 예술의 명맥을 이으며 더욱 두드러진다.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7년 6월 제주에서는 제주문화운동협의회(제문협)가 조직됐다.

제문협과 시민사회단체는 4월제공동준비위원회를 구성해 1989년 '사월제'를 준비했지만, 당국에 방해로 고초를 겪었다.

당시 동참했던 한라산은 사월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4월굿'이란 이름 아래 4·3 창작 공연을 하며 4·3 예술의 명맥을 잇고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당시 금기시됐던 제주 4·3 진상규명 문제 등을 수면 위로 올리며 제도권과 마찰을 빚었다.

4·3 창작극 '사월굿 꽃사월순임이'의 한장면
4·3 창작극 '사월굿 꽃사월순임이'의 한장면

[놀이패 한라산 제공]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연장 사용을 못 하기도 했다.

또 과거 마당극을 예술 범주로 보지 않았던 시선까지 한라산을 짓눌렀다.

하지만 30년간 꾸준히 공연을 선보이며 제주에서 마당극을 고집하는 사실상 유일한 극단이 됐다.

대표적인 창작 공연으로는 4·3을 주제로 한 창작극 '한라산'과 '백조일손', '꽃놀림', '헛묘', '살짜기 옵서예'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제주의 역사를 다룬 '항파두리놀이', '격랑', 조작간첩 문제를 다룬 '저 창살에 햇살이', 재일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아버지를 밟다' 등을 무대에 올리며 32년간 마당극을 통해 제주도민과 함께 울고 웃었다.

한라산은 또 13년째 4·3평화인권마당극제를 열며 전국 극단과 함께 4·3의 역사적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지난 6월 4·3평화공원 야외 가설무대 등에서 '생명의 호흡 평화의 몸짓'을 주제로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

한라산은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작년 제주4·3평화재단이 선정한 '70주년 특별공로상' 예술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놀이패 한라산 20주년 기념 공연 사진
놀이패 한라산 20주년 기념 공연 사진

[놀이패 한라산 제공]

한라산은 현재 단원 20여 명이 몸담고 있다.

단원들은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 악기 연주까지 기본으로 가능해 종합예술인이란 호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또 배우는 물론, 기획과 연출까지 마당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모든 역할을 소화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라산은 다른 지역 극단과 함께 이달 말 국회 앞에서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또 연내 4·3 유족을 찾아 창작 공연 '조천중학원'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미란 놀이패 한라산 대표는 "제주의 역사, 그중에서도 4·3은 지난한 역사 속에서 뒤틀리고 왜곡되면서 제주 곳곳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며 "우리는 예술로 이를 치유하고,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아 제주 사람의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제주 4·3을 빼고는 한라산을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한라의 정신을 마당극으로 표현할 새로운 세대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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