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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불모지 캄보디아 첫 교향악단 창단 이찬해 총장

송고시간2019-09-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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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정년 앞두고 남을 위한 여생 결심…그곳이 캄보디아"

프놈펜국제예술대 설립이어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

이찬해 프놈펜국제예술대 총장
이찬해 프놈펜국제예술대 총장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캄보디아 국립극장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청중이 모였어요. 591석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관객들이 서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었으니까요."

캄보디아의 첫 교향악단인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였다. 오케스트라, 코러스, 합창단 등 한국과 캄보디아 예술인 140여명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였다. 공연은 지난 8월 31일 수도 프놈펜의 차토목 국립극장에서 캄보디아 문화예술부 주최로 열렸다.

프놈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찬해(74) 프놈펜국제예술대학 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케스트라 창단은 양국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낸 캄보디아 예술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자 도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단을 계기로 예술 교육이 열악한 동남아 전체로 문화적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덧붙였다.

오케스트라는 캄보디아(30명)와 한국(20명), 외국(10면) 예술인으로 구성됐다.

"시작은 한국의 힘을 빌렸지만 4∼5년 뒤에는 모든 연주자가 캄보디아인으로 구성돼 그들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캄보디아 예술인들의 자립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총장은 내년 5월에는 '프놈펜 심포니 유스 오케스트라'도 창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차세대 캄보디아 연주자가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싶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창단음악회 홍보포스터
오케스트라 창단음악회 홍보포스터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제공]

이 총장의 오케스트라 창단은 캄보디아 예술인들의 자립과 발전이라는 목표로 세운 프놈펜국제예술대학 설립과 맞닿아 있다.

연세대 작곡과 교수 정년퇴임을 1년 앞둔 2010년 이 총장은 여생을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가난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 음악을 가르치며 살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 나라가 캄보디아였다.

남편인 엘드림재단 민성기(74) 대표와 함께 캄보디아에 건너간 그는 2013년 2월 대학 건물을 짓고, 한 달 뒤 현지 문화예술부, 다시 6개월 뒤 교육부 인가를 얻어 10월 첫 신입생을 받았다.

2년 전부터는 유아교육과도 개설했다. 캄보디아는 18세 이하 인구가 67%에 달해 영유아 교육도 예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악기, 재정, 연주자 등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에서도 그가 오케스트라 창단에 나선 이유는 예술의 불모지인 캄보디아는 예술계 대학 졸업 후 교사 외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현실을 뚫어보기 위해서였다.

"전공생들은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예술인으로서의 꿈까지 펼치기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차세대 연주자들에게 다양한 바탕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오케스트라 창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외국인이 창단한 교향악단에 '프놈펜'이라는 수도 이름을 따게 한 것도 이례적이다. 캄보디아 문화예술부도 처음에는 이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 총장이 지난 2013년 개교 때부터 보여준 남다른 열정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 여기 교수들이 다 캄보디아 사람들로 채워지고, 그 사람들이 총장이 돼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결국 프놈펜 국제예술대학의 주인은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개교 이후 매년 음악 콩쿠르를 개최하고, 2014년 캄보디아의 초등학교 1·2·3 음악 교과서와 캄보디아 전통음악 교과서를 펴낸 뒤 각각 교육부와 문화예술부에 증정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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