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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근로정신대 피해자들 "임금도 못받고 힘겨운 노동 시달렸다"

송고시간2019-09-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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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최은지기자

'후지코시 강제동원' 이자순·전옥남 할머니 증언…지원법 촉구

"한창 뛰놀 나이에 잠도 못잔 채 노동…나라 못지켜 어린이들 고생"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자순 할머니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자순 할머니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이자순(87) 할머니가 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chamse@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 기업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5일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증언했다.

이자순(87) 할머니는 이날 인천겨레하나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등이 인천시 부평구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주최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한창 뛰놀 나이에 공장에서 군대식 훈련을 받고 밤낮 잠도 못 잔 채 일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1944년 가을 그의 나이 12살로 전북 군산공립소화심상소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학교에서는 강당에 6학년생 50명을 모아놓고 '근로정신대에 가면 자유롭고 돈도 벌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속은 동급생 25명과 함께 연락선을 타고 일본 도야마(富山)에 건너간 이 할머니는 후지코시 공장에서 베어링 구슬을 연마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밤낮 공습경보가 울려 매일같이 피난 짐을 등에 지고 잠자리에 드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 할머니는 "작은 빵 3개를 주는데 아침에 다 먹어버리고 점심이면 허기가 져서 일할 수가 없었다"며 "몰래 한국에서 가져온 옷을 농부에게 주고 콩과 바꿔먹으면서 배를 채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사진 보여주는 나카가와 미유키 호쿠리쿠연락회 사무국장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사진 보여주는 나카가와 미유키 호쿠리쿠연락회 사무국장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나카가와 미유키 호쿠리쿠연락회 사무국장이 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chamse@yna.co.kr

다른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전옥남(89) 할머니도 당시 국민학교 6학년 어린 나이에 후지코시 군수공장에 강제동원됐다.

전 할머니는 베어링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가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 절단 직전까지 갔다고 증언했다.

이어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그런 데) 가서 고생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 나라를 잘 지키고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945년 해방 이후 어렵사리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임금 한 푼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힘겨운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30년 넘게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싸워온 나카가와 미유키 호쿠리쿠연락회 사무국장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행 없는 판결문은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듯 연로한 할머니들을 생각해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기념촬영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 참석자들
기념촬영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 참석자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이자순(87) 할머니와 전옥순(89) 할머니가 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근로정신대 피해자 간담회에서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인천지역 단체들은 국회 차원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을 포함한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지원 조례를 시행 중이다. 인천에는 현재 6명의 피해자가 생존해 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천여명을 도야마 공장에 강제동원해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끌려간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자 이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 서울고법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후지코시가 근로정신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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