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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울산 이야기를 연극으로 승화 …극단 '푸른가시'

송고시간2019-09-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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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향토 소재로 창작 연극 공연…지역 대표극단으로 자리매김

1988년 창단 115회 정기·초청공연, 민초·이주 여성 아픔 그려

극단 푸른가시 소극장
극단 푸른가시 소극장

[촬영 김용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극단 '푸른가시'의 연극에는 울산과 울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푸른가시는 울산의 장소, 울산의 인물, 울산의 문화 등을 소재로 꾸준히 창작극을 공연하는 지역 최장수 극단이다.

이 극단은 1988년 7월 울산대 송재철 교수의 제안으로 대학생과 사회인 등 5∼6명을 주축으로 창단됐다.

울산의 공연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

2000년부터 푸른가시의 대표를 맡아 극단을 이끄는 전우수 대표는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 있는 창단 멤버다.

당시 울산대 4학년이었던 전 대표는 학교 연극회인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하다 극단에도 참가하게 됐다.

극단 명칭인 푸른가시는 젊음, 정열, 열정, 신선함, 도전 등의 느낌을 주는 '푸른'과 자극, 개혁, 선도 등의 의미를 지닌 '가시'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전 대표가 직접 지었다.

이후 푸른가시는 현재까지 115회의 정기공연과 각종 특별·초청공연 등을 하며 울산의 대표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중구 문화의거리에 소극장을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울산지역 극단 중 공연 가능한 자체 소극장을 운영하는 곳은 푸른가시뿐이다.

푸른가시는 창단 후 한동안은 주로 번역극이나 기성 작가가 쓴 희곡을 무대에 올렸다. 전 대표가 직접 희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창작극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전 대표는 "극단의 경쟁력을 좀 더 높이고자 희곡을 직접 쓰기 시작했다"며 "다른 사람이 쓴 희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동의를 얻는 과정이 구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 작가의 작품은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어 '내가 쓰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전 대표는 주로 울산의 향토 소재를 바탕으로 희곡을 썼다.

2008년 공연한 '말할 수 없었습니다'는 울산 지역의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연극은 보도연맹 가입으로 억울하게 죽어갔던 힘없는 민초들의 아픔을 그려냈다.

2013년 첫 공연한 '은미'는 전 대표가 울산에서 직접 만났던 베트남 여인의 삶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울산에 사는 지체장애인 남편에게 시집와 은미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베트남 여인의 인생 한 단면을 그려냈다.

남편과 시부모를 수발하고, 역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줬다.

이 연극은 2013년 제31회 전국연극제에서 은상을, 2014년 제7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연극 '은미'
연극 '은미'

[극단 푸른가시 인터넷 카페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푸른가시는 올해도 울산의 향토색이 짙은 창작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4월 공연한 '신화마을사람들'은 울산의 대표적인 벽화마을인 신화마을을 배경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벽화를 만든 사람들과 벽화 속에서 사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7월 공연한 '증곡 천재동'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가면 제작) 예능 보유자이자 문화예술인·연극인이었던 울산 방어진 출신 천재동 선생의 인생을 그렸다.

전 대표는 "울산은 팔도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외지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도시다 보니 애향 의식이 많지 않다"라며 "연극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애향 의식을 갖게 하고 싶었고 울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31년 동안 1년에 평균 4편씩을 꾸준히 공연하고 있지만, 극단 운영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탓에 극단 사무실은 항상 지하실을 전전해야만 했다.

소극장을 얻고 나서는 매달 나가는 월세와 각종 요금을 내기 위해 전 대표가 사비를 써서 일부를 충당하기도 했다.

울산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예산은 대부분 공연 제작에 쓰이고 그마저도 늘 빠듯하다.

1년에 신작 1편 포함 4편을 필수로 공연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준비 기간도 항상 부족하다.

극단 단원은 20여명이지만 전업 연극인은 3분의 1뿐이고, 나머지 단원은 각자의 직업과 병행하다 보니 늘 가용 인원이 몇 명인지를 고심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

전 대표는 "2010년부터는 시 전문예술단체로도 지정됐지만, 극단을 마치 '연극 동호회'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단원들을 속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극단 푸른가시 소극장
극단 푸른가시 소극장

[촬영 김용태]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푸른가시는 연극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연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11월에는 울산학춤을 소재로 한 신작 '쌍학이 금신상을 물고'를 공연할 예정이다.

이달 초부터는 울산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 워크숍도 시작했다.

타 시·도에서 온 공공기관 직원이 울산에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돕고, 연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마련한 것이다.

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연말에 공연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차세대 연극인을 양성하고 연극 관람을 유도하고자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 동아리 육성도 진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가들부터 먼저 의도적으로 지역 문화예술 현장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 마치 사회 운동처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연극을 상설 공연화해 관광 상품으로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울산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창작 콘텐츠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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