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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일본과 남북한 사이 경계인 된 재일조선인

송고시간2019-09-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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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교수가 쓴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광복 이후 일본과 남북한 사이 경계인 된 재일조선인 - 1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이산'의 역사였다."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3세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일본에 건너온 사람들의 역사에는 고향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과는 다른 결이 새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진해서 혹은 속아서 바다를 건넌 이들은 생존을 위해 고투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소속감이었다. 대일본제국 외지인, 일본국 외국인, 대한민국 재외동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외공민 등 다양한 지위로 인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2016년 박유하 세종대 교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을 쓴 정 교수가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재일조선사를 다룬 책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를 펴냈다.

저자는 해방 후 재일조선인 운동 실태, 일본 정부와 연합국최고사령부(GHQ) 시책을 분석해 조선인이 '외국인화'한 것을 문제시하는 기존 연구를 일면적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1945년 이후 1950년까지) 재일조선인의 해방 5년사를 바라보면 외국인화의 역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조선인들이 바라는 의미에서의 외국인이고자 함을 거부당한 역사"라고 주장한다.

재일조선인은 해방 이전부터 차별을 받았다. 일제는 영역을 '내지'와 '외지'로 나눠 한국을 '이법'(異法) 영역으로 취급하면서도 일본 국적 이탈을 인정하지 않았다.

저자는 패전 직후에도 일본 정부가 조선인에 대해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고 강조한다. 조선인을 제국의 족쇄에서 해방하지 않으려고 헌법이 정하는 국민의 권리에서 조선인을 배제했지만, 미국인들과 동등한 외국인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재일조선인들은 거주권과 생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학원을 설립하고 일본 진보 진영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49년 재일본조선인연맹(조련)을 해산하고 조선학교를 폐쇄했으며,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옛 조련계 조선인단체의 결사 활동을 금지했다.

이어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직전 재일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됐지만, 일본 정부가 북한을 불승인하면서 일반 외국인과는 다른 특수한 지위에 놓였다.

그는 "재일조선인은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일본과 남북한 사이의 '문제'로 다뤄졌다"며 "분단과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발생한 남북한 현대사의 다양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일조선인의 해방 5년사도 한국에 왜곡 전달되고 무시됐다"고 비판한다.

푸른역사. 임경화 옮김. 624쪽. 3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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