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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답없는 北에 공개 협상촉구…韓日 핵무장론 가능성도 거론

송고시간2019-09-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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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강연서 "美, 협상에 준비" 강조…'기회 있을 때 나서라'식 간접압박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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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향후 1년 중대진전 전념"…연말로 시한 설정한 北과 치열한 수싸움 예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현지시간) 공개 강연에 나서 실무협상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는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의 답을 듣는 대로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의 언급을 반복하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 협상에 나서라'는 식의 압박성 발언도 병행했다. 심지어 북미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과 일본 내에서 핵무장 검토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비건 대표는 이날 모교인 미 미시간대에서 강연에 나섰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으로 합의한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가운데 공개 강연을 통한 대북 메시지 전달에 나선 것이다.

비건 대표 강연의 방점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데 찍혀 있었다. 그는 "우리는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에 명확히 해왔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집중적인 협상을 시작하면 우리는 지도자들이 검토할 수 있는 더 많고 나은 선택지들 창출을 위한 조치를 직접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일단 협상 테이블로 나와 협상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협상 진행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안보적 이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러한 유화 메시지에 압박성 메시지를 더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에 장애가 되는 활동을 치워두고 대신에 기회가 지속하는 동안 관여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며 기회가 언제까지 지속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동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동

[연합뉴스=자료사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미 협상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핵무장 검토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핵 능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술과 결합해 한국과 일본 등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어떤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여타 아시아국가에서 그들의 핵 능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것인가"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며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비건 대표가 직접 한일 등의 핵무장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는 재개가 지연되고 있는 북미 협상이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의 위험성을 부각해 북한에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일 등의 핵무장 문제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추가적 역할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있었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에서 미국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왕 위원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 실무협상의 물꼬가 마련될지에 이목이 쏠렸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졌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없었다.

비건 대표가 이날 강연에서 싱가포르 북미 합의 내용을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중대한 진전을 향후 1년 동안 만들어내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협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서두를 것 없다'는 얘기를 반복해왔다. 비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재선 여부가 판가름 날 내년 대선 이전에 북미 협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대화 시간을 올 연말로 설정한 바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종료를 앞둔 김 위원장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치로 북미 간 적대 청산을 위한 협력을 내세우면서 대북 안전보장 조치 제공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며 압박해온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미국은 일단 만나서 가능한 비핵화 및 상응 조치를 모두 논의해보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하노이 결렬'의 경험이 있는 만큼 체제보장 등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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