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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다고 생각한 춘향전, 특별한 발레로 만나보세요"

송고시간2019-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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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 수석무용수 이동탁·홍향기 인터뷰

10월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창작발레 '춘향'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이동탁(31)과 홍향기(30).

탄탄한 실력에 오랜 우정으로 숙성된 호흡까지 갖춘 UBC 간판스타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두 사람은 2011년 UBC에 나란히 입단했다. 이동탁은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단번에 도약했고, 홍향기는 코르 드 발레·드미 솔리스트·솔리스트를 차근차근 밟아 지난해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이들은 10월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UBC 대표 창작 레퍼토리 '춘향'에서 아리따운 '춘향'과 훤칠한 '몽룡'으로 변신한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가장 잘 아는 파트너"라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밟아온 여정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스타 홍향기-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간판스타 홍향기-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이동탁 "결혼하고 표현력 좋아졌죠"

경북 포항 출신 이동탁은 어릴 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에 흠뻑 빠졌다. 우상처럼 춤을 잘 추고 싶어서 무작정 무용학원 문을 두드린 게 시작이었다. 한국발레협회 콩쿠르 대상(2008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1위(2011년)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85㎝ 큰 키와 압도적인 기량으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오네긴' 등에서 주역을 꿰찼다.

"수석무용수니까 내가 빛나야지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부족한 점을 돌아보게 돼요. 예를 들면 학생 때 파드되(2인무)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어떡하면 파트너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그러자 홍향기는 재빨리 말을 가로채 "그건 옛날이야기"라며 "저는 '백조의 호수' 빼고 모든 작품 초연을 동탁 오빠와 했다. 상대를 정말 편안하게 해주는 파트너"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동탁은 2016년 동갑내기 무용수 이용정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이 자신의 무용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아내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가장 날카로운 평론가다.

"아내는 제가 연습하면서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면 정확히 그 지점을 알아요. 바로 '어느 대목에서 요령 피우더라' 지적하죠. 아내의 쓴소리는 늘 믿음이 가고 고마워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춘향'의 아름다운 한복 의상
발레 '춘향'의 아름다운 한복 의상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발레리나의 교본 홍향기 "꾸준함이 비결"

맑은 눈과 드라마틱한 연기가 돋보이는 홍향기. 바르나국제발레콩쿠르 동상(200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 3위(2006년), 한국발레협회 프리마 발레리나상(2016년) 등 커리어가 화려하다. 이동탁은 "옛날부터 또래 무용하는 학생 중에는 홍향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어둡던 시절도 있었다.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2011년 UBC에 입단한 직후, 지독한 슬럼프와 부상에 시달린 것.

"러시아 유학 중에 살이 많이 쪘어요. 선배들은 늘 '발레리나는 몸매도 실력'이라고 하셨고, 또 그게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동작을 잘해도 선이 아름답게 나오지 않아요. 캐스팅에 도전할 수도 없었고, 발레를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발목에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게 됐죠. 그런데 석 달 쉬면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공연을 보는데 너무 욕심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무대로 돌아오게 됐어요."

부상을 극복하고 코르 드 발레부터 수석발레리나까지 모든 단계를 거친 홍향기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롤모델이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정신력. "보통 입단 1∼2년 사이가 가장 힘들어요. 그 안에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죠. 하지만 짧은 시간에 기회가 바로 오진 않아요. 꾸준히 열심히 하면 누구든 알아봐 준다는 생각으로 흔들림 없이 기량을 갈고닦아야 해요."

연기 스펙트럼도 넓다. 고전발레 '지젤' 속 가녀린 지젤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외모지만, 현대발레에선 카리스마를 분출한다. "실제 성격은 여성스러운 캐릭터와 거리가 멀어요. 내숭 부리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발레단 식구들은 제가 청순한 표정 연습을 하면 빵빵 터지세요.(웃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춘향' 속 이동탁과 홍향기
발레 '춘향' 속 이동탁과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춘향과 몽룡의 사랑, 특별한 해석 보여줄 것"

'춘향'은 2007년 초연된 UBC 두 번째 창작발레다.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공연에서도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올해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황태자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내한해 이동탁과 번갈아 '몽룡'을 연기한다. 이정우 디자이너가 만든 아름다운 한복 의상, 흐드러진 봄꽃과 서늘한 가을로 변주되는 계절감을 드러낸 배경 영상이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동탁은 "춘향전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아는 이야기지 않나. 특별한 해석이 담긴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의젓한 부잣집 도련님보다는, 치기 어린 10대 청년이 춘향을 만나 멋진 남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홍향기는 "제가 생각하는 춘향은 '요즘 여자'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변학도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낸다"며 "제가 춘향을 연기하며 얻은 감동을 객석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른 남짓한 인생 대부분을 발레와 함께한 두 사람에게 어떤 미래를 꿈꾸냐고 물었다.

홍향기는 "사실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는 것만이 꿈은 아니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도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며 "현재로선 결혼계획이 없으니 은퇴 이후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현역 무용수로서 시간이 10년 정도 남았으니 현재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이동탁은 "발레리노란 저 멀리 객석에 앉아있는 분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직업이다. 언젠가 은퇴한다면 바로 곁에 있는 가족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 오는 12월 아내가 출산을 앞뒀는데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연습에 한창인 홍향기와 이동탁이 보여줄 발레 '춘향'
연습에 한창인 홍향기와 이동탁이 보여줄 발레 '춘향'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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