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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들의 아픔] ② 자살자 줄지만 시도자는 계속 증가

송고시간2019-09-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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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회경제적 비용 6조5천억원…예방예산은 불과 200억원

"말 돌리지 말고 '자살 생각하나' 정확히 묻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제작 박이란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제작 박이란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줄고 있지만 이를 시도한 사람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건복지부의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간 자살사망자는 1만2천463명으로 전년(1만5천906명) 대비 3천443명 감소했다.

연간 자살자 수는 2013년 1만4천427명에서 2014년 1만3천836명, 2015년 1만3천513명, 2016년 1만3천92명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자해나 자살을 시도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같은 기간 2만5천9명에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만8천325명까지 늘었다. 병원 응급실을 찾은 사람만 기준으로 한 만큼 실제 자살 시도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그 뒤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실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위대한 원광대 의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2018 자살시도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이들의 48%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실태조사'에서도 자살 시도 유경험자가 자살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25배나 높았다.

자살자가 감소 추세이긴 하나 위험군인 자살 시도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자살자 수가 언제라도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위 교수는 "국가 응급의료진료 정보망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하고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을 통해 자살 시도자 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정부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6조5천억원으로 사망 원인 중 암(14조1천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사업 예산은 올해 218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매년 자살 예방사업에 8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한다. 이 덕분에 일본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9년 25.7명에서 지난해 16.5명까지 감소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5년 안에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하지만 관련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예산을 크게 늘려 지역별 자살예방센터의 인력과 기능을 강화하는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주변인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자살예방 강사 김혜정씨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신호를 보낸다"며 "이럴 때는 '혹시 나쁜 생각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지 말고 '너 자살을 생각하니?'라고 정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9년 전 남편이 자살한 뒤 충격 속에 살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할 만큼 회복된 상태다.

그는 "실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므로 정확하게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한다"며 "이럴 땐 '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 등 인적 자원이나 종교단체, 병원 등 행정 자원에 연락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제공]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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