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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연기법 발효 불구 '노 딜' 불씨 안 꺼졌다(종합)

송고시간2019-09-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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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브렉시트 연기요청 거부·존슨의 법 위반 가능성 등 배제 못 해"

BBC "노 딜 막는 방안, EU와 합의하거나 브렉시트 완전 철회 둘 중 하나"

2014년 런던 시장 재직 당시 복싱 체험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
2014년 런던 시장 재직 당시 복싱 체험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런던=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박대한 특파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3개월 추가 연기를 뼈대로 하는 유럽연합(탈퇴)법이 상·하원을 거쳐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재가까지 받으면서 공식 발효됐다.

오는 10월 31일까지 무조건적인 브렉시트 강행을 외치면서 아무런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향해 내달리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거침 없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英 브렉시트 연기법 발효 불구 '노 딜' 불씨 안 꺼졌다(종합) - 2

하지만, 야권과 보수당 반란파들이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기 위해 입안한 법이 발효됐다고 해서 '노 딜' 불씨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B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영미 언론이 분석했다.

유럽연합(탈퇴)법은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둘 다 실패할 경우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하원이 이날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동의안에 다시 퇴짜를 놓으면서,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진다.

브렉시트 논의하는 영국 하원 [EPA=연합뉴스]

브렉시트 논의하는 영국 하원 [EPA=연합뉴스]

이 시나리오는 존슨의 구상대로 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내달 15일 조기 총선을 실시,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브렉시트당과 연대해 의회 다수를 브렉시트 강경파들로 채울 경우에나 현실화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존슨 총리가 내달 19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과 유럽 모두 이견이 없다.

EU가 브렉시트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EU 고위 관리는 9일 BBC에 "영국 측에서 브렉시트 협상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존슨 총리의 노 딜 브렉시트 강행 방침에 반발해 내각에서 사임하고 보수당에서도 탈당한 앰버 러드 전 고용 장관 역시 "존슨이 실제로 EU와 합의를 하려고 충분히 노력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존슨의 '노 딜' 브렉시트 의도를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존슨 총리에게 남은 선택지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EU에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존슨이 '노 딜' 브렉시트 저지를 희망하는 야당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더라도,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날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막으려 일종의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 또는 태업)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하되, 사실은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를 원하지도 않고 연기할 이유도 없다는 식의 속내를 밝힘으로써 EU가 영국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보수당이 짜고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연장은 EU 27개국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독일과 함께 EU의 '쌍두마차'인 프랑스가 브렉시트의 추가 연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어, 존슨 총리의 의도처럼 영국이 EU에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해도 EU가 거부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브렉시트 연기 요청 불가 방침 밝히는 존슨 총리
브렉시트 연기 요청 불가 방침 밝히는 존슨 총리

[AFP=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또한 EU와 엇박자를 내는 헝가리 등 개별 회원국을 공략해 브렉시트 연장 반대를 끌어내는 구상도 검토 중이다.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느니 "차라리 도랑에 빠져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등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가 없다는 입장을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그는 9일 유럽연합(탈퇴)법 입법이 마무리된 직후에도 의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내 손발을 묶을 수 있지만 나는 브렉시트를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그의 언사로 볼 때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탈퇴)법에 불복종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의 법 위반을 부추기기도 한다.

보수당 대표를 지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존슨 총리가 법을 어겨 감옥에 수감된다면 '브렉시트 순교자'로 남을 것이라며 존슨 총리의 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 총리가 '내정 컨틴전시 법 2004'(Civil Contingencies Act 2004)에 따른 권한을 이용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유럽연합(탈퇴)법을 폐기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원은 지금 상황이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긴급 권한을 사용하면 의회에서 1주일 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역시 현재 의석 구조상 가로막힐 것이 확실시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7월 24일 테리사 메이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른 존슨 총리가 불과 두 달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존슨 총리는 역대 최단명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존슨 총리가 사퇴한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임시 총리로 세우는 방안을 권고, 자신이 아닌 코빈 임시 총리가 오는 10월 17일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후 보수당이 코빈 임시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 시켜 조기 총선을 끌어내는 시나리오다.

조기 총선 개최를 위해 존슨 총리가 자신의 정부에 대해 직접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정부가 의회 3분의 2 지지가 필요한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른 조기 총선 동의안 가결보다는 과반 지지만 확보하면 되는 '한 줄짜리 법안'(one-line bill) 통과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야당 의원들이 브렉시트 추가 연기 등 부대조건을 담은 수정안 또한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특히 의회 새 회기가 시작되는 10월 14일 이후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조기 총선은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 데드라인을 넘기게 돼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빅벤 인근에 휘날리는 영국 국기
빅벤 인근에 휘날리는 영국 국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여곡절 끝에 브렉시트가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이 되더라도, 존슨 총리가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브렉시트 강경론자들로 의회가 채워져 존슨 총리에게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여론 조사기관 오피니엄이 최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현재 노동당에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앞서 있어, 브렉시트당과 연대할 경우 충분히 의회 과반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때 유럽연합(탈퇴)법 발효로 당장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는 일은 일단 막을 수 있겠지만, 장래에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딜' 브렉시트를 차단하려면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해 이행하거나, 브렉시트 자체를 전면적으로 취소하는 2가지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 회사인 미국의 블랙록도 로이터에 "현 상황에서는 '노 딜' 브렉시트 또는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연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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