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강경파 볼턴 퇴진이 유연한 북미 협상으로 이어지길

송고시간2019-09-11 11:4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슈퍼 매파'로 분류됐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 전격적으로 물러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한 깜짝 발표로 경질이 단행된 배경이 무엇인지와 향후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볼턴 보좌관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이슈 등에서 수시로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간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 회동이 전격 취소된 배경에는 회동을 반대한 볼턴 측의 계획 유출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찌 됐든 볼턴이 북핵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해온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이 북미 실무협상에 미칠 영향이 우리에겐 주된 관심사이다. 북한이 협상 진전을 방해하는 인물로 규정해 비난을 퍼부은 강경 매파였기 때문이다.

볼턴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신념 아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했다.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한 '선 핵포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내세우고, 주요 고비 때마다 강경 자세를 보여 북한으로부터 여러 차례 막말을 들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괄타결식 '빅딜'을 내세우며 북미 협상의 여지를 좁혀 협상론자들의 반발을 샀다. 북한의 5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비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반박당했고,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 때에는 판문점 대신 몽골로 향해 주목됐다. 이처럼 입지가 지속으로 축소돼 왔기 때문에 경질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그래서 그의 퇴진이 당장 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좀 더 유연한 대북 접근을 끌어내는 변수가 되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가능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대화 용의' 담화로 인해 이달 중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사일과 포를 잇달아 쏘아 올리며 불만을 표출한 북한이 판문점 회동 이후 근 2개월 반 만에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답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미국이 잇따라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데 따른 긍정적인 반응일 수 있다. 그렇다면 볼턴 전격 경질은 의도했든 아니든 북한의 대화 용의에 대응한 '화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달 유엔 총회도 다가오고 있다. 기회는 늘 있지 않다. 북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 등 평화 프로세스 진전 노력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한다. 볼턴 후임을 놓고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절제된 외교 견해를 가진 예비역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가 거론되는 등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교체를 계기로 대북 정책 공조에서 빈틈이 없도록 청와대와 백악관 간 외교안보 소통 라인도 효과적으로 가동하길 바란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