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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아베의 '우향우' 개각을 우려한다

송고시간2019-09-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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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두 번째로 집권한 지난 2012년 12월 이래 최대 규모 개각을 했다. 올해 7월 치른 참의원 선거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다. 개각은 다른 무엇보다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위한 개헌 드라이브 포석으로 읽힌다. 뼛속까지 우익이라고 평가받는 아베 자신이 숙명의 과제로 여기는 평화헌법 개정이 민의라는 자평이 배경에 깔렸을 것이다. 아베 정권의 중추 인사라 할 수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제외하고 내각에 새로 진입하거나 자리를 바꾼 각료의 면면은 그러한 우려를 자아내고도 넘칠 만큼 우편향이다. 경제전쟁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 요소가 추가되어 관계 악화가 지속하거나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과거 역사와 영토 관련 망언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다시 기용되고 측근들이 발탁된 것에 대해 일본 현지의 일부 언론마저 '친구 내각'이니 '회전문 인사'니 하는 용어를 써가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문부과학상에 임명된 아베 특보 출신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아베를 대신하여 공물을 전달하던 인물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1993년)를 깎아내리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으니, 과연 교육 담당 부처의 수장으로 적합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기우다가 아베 총리를 위시한 집권 주류 세력이 가진 우익 또는 극우 사관을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확산할 거라는 전망이 기우이길 바란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자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하나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 의원은 환경상에 발탁됐는데, 그는 올해 일본 패전(종전) 기념일인 지난달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여 우익 정치인으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파트너로서 한국과 대립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이동했다. 직전 방위상은 한국과 초계기 갈등 때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이 물러나게 된 사유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노는 앞으로도 신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더불어 한일관계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며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수출규제 주무 장관 격인 경제산업상은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중의원 의원이 꿰차 그가 보일 행보도 주목된다.

신우익 인사들을 발굴하고 극우 충성파들에게 보은한 아베의 이번 개각 의미를 정부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색깔이 비슷한 우익 세력이 전면 포진하여 내각 안정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아베의 개헌 플랜이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것으로 점친다. 그것을 위해 한국을 적으로 두는 혐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정부 간 단위에선 한일갈등 지속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예상한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강화하는 등 다른 외교 영역에선 더 많은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베 내각의 향후 대외 행보를 지켜보며 일본의 페이스에 말리지 말고 우리의 호흡에 맞춰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껏 해오던 대로 흔들리지 않는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출구 없는 한일갈등 불사보다는 지혜로운 대응과 갈등 관리, 장차 닥칠 외교 해법 모색을 염두에 둔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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