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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전이하려면 '세포 접착' 단백질 필수"

송고시간2019-09-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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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 전이 과정 E-캐드헤린 작용 확인

유방암 종양에서 떨어져 나가는 암세포 군.
유방암 종양에서 떨어져 나가는 암세포 군.

[브리타니 베넷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사망의 압도적 다수는 암세포의 전이에서 비롯되며 유방암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적으로 암의 전이는 여러 단계로 나뉜다. 유방암의 경우 암세포의 건강한 유방 조직 침습, 일부 암세포의 원발성 종양 이탈, 혈관 진입 및 생존, 폐 등 다른 기관에 새로운 종양 형성 등의 과정을 거친다.

유방암 세포가 이렇게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는 데 E-캐드헤린(E-cadherin)이라는 세포 접착 단백질이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이 단백질이 없으면 유방암 세포의 전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캐드헤린이, 원발성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들을 서로 달라붙게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졌다. 하지만 전이 단계별로 E-캐드헤린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의대의 앤드루 이월드 세포생물학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이월드 교수는 이 대학 부설 킴멜 암센터가 운영하는 암 침습·전이 프로그램의 공동 디렉터를 겸직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에 따르면 E-캐드헤린은 전이 과정에서 암세포 내의 분자적 스트레스를 제한해, 암세포가 새로운 종양을 형성할 때까지 살아남게 한다.

'칼슘 의존성 연결'이란 뜻을 가진 캐드헤린은 조직 내에서 세포들의 밀착연접을 형성하는 막(膜) 관통성 단백질이다. 여기서 'E'는 상피(Epithelium)의 머리글자다.

이월드 교수는 "과거에 연구자들은 암세포가 전이하려면 반드시 E-캐드헤린이 없어져야 한다고 믿었다"라면서 "그런데 대부분의 유방암 종양엔 E-캐드헤린이 계속 발현해 기존의 통념과 상충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유방암의 한 형태인 '침습성 소엽 암종(invasive lobular carcinoma)'에선 E-캐드헤린을 제거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세포 전이의 충심 축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체 유방암 진단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침습성 관 암종(invasive ductal carcinoma)'에선 E-캐드헤린 단백질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과도하게 발현한다.

이월드 교수팀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규명하기 위해 침습성 관 암종의 세 가지 하위 유형, 즉 내강(luminal)·기저(nasal)·3중 음성(triple negative) 유방암을 가진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이들 세 유형은 유전자 발현 패턴과 평균적인 환자 결과(patient outcome)가 서로 달랐다.

그 결과, 세 유형 모두 E-캐드헤린 유전자가 억제되면 건강한 조직에 들어가는 암세포의 침습력이 극적으로 증강됐다. 예컨대 E-캐드헤린이 발현된 생쥐의 종양에선 경계선의 6%만 침습됐지만, E-캐드헤린이 없는 종양에선 82%가 침습됐다.

또한 E-캐드헤린이 없으면 전 전이 단계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실제로 E-캐드헤린이 없는 암세포는 이동 과정에서 방향을 잃어, 각 전이 단계를 거칠 때마다 많은 수가 사멸했고, 새로운 기관까지 어렵게 이동한 소수도 결국 새 종양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결론은, 유방암 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이동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려면 '세포 접착제(E-캐드헤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연구에선, 암세포의 전이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 과정에서 원발성 종양을 떠난 암세포의 99%는 새 종양을 형성하지 못하고 도중에 사멸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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