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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방문 일단 선그은 트럼프…'실무협상 성과 우선' 인식 피력

송고시간2019-09-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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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초청 질문에 즉답 피하고 방북 의향엔 "준비 안돼 있다"

실무협상 성과 후 정상회담 염두둔듯…"어느시점에 갈 것" 가능성 열어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항간에서 제기된 평양 방문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평양 방문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정연주,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 재개 의향을 밝히고 미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비핵화 실무협상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어느 시점에는 방문을 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북한에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나는 그에 대해 언급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북한 방문할 준비 아직 안돼…김정은 역시 미국 오고 싶어할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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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83UULfb5Dg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 기꺼이 갈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라며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정상 간 회동보다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은 실무협상단 수준의 사전 조율과 진전 없이 정상 간 담판에 의존하는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달 가까이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가 6월 말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에서 어렵사리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뒤 2~3주 내 가동이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몇 달 간 표류하는 상황을 맞았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가닥을 잡은 뒤 정상 간 회동을 하는 '선 실무협상, 후 정상회담'을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모습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갖는 상징성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평양 방문은 70년간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사건이자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이에 걸맞은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미국 내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거나, 판문점 회동 때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잠시 밟은 것을 놓고도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채 정상국가로 인정해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내년 11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구체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모험이자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미 정상 모두 그간 자국에서 정상회담을 갖자는 의향을 피력하고 종종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음을 고려할 때 여건이 갖춰진다면 전격적인 평양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이던 2016년 6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며 '백악관 햄버거 회동' 의향을 드러냈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때에도 군사분계선 북쪽 땅을 '깜짝 방문'한 뒤 남쪽으로 함께 내려오면서 "지금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부 외신은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평양으로 초청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동안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을 선호해 왔으며, 실제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 개최를 강하게 희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약 3차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접어들 경우 회담 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도 "나는 어느 시점에,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또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나는 그(김 위원장) 역시 대단히 미국에 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 가능성도 거론했지만 "나는 우리에게 아직 갈 길들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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