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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고리1호기 르포]① 원자로는 멈췄지만…안전장치는 가동중

송고시간2019-09-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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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출입 확인, 전자기기 반입금지 보안 삼엄

원자로·터빈 영구정지…냉각·전력·방사선 감시설비 가동 '이상무'

고리원전 모습
고리원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세계 원전해체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첫 해체 사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발전소 해체준비팀 신상구 차장은 영구정지된 고리 1발전소를 안내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18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한수원 고리본부를 방문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1호기 현장을 둘러봤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 원전으로 40년간 가동을 마치고 지난 2017년 6월 가동 중지됐다.

원전해체 로드맵에 따라 현재 한수원이 최종 해체계획서를 수립하고 있는 시설이다.

한국 원자력발전의 시작점이었던 이 원전은 이제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원자력 업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고리 1호기는 크게 콘크리트 돔으로 된 원자로와 원자로에서 생산된 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터빈 건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이 있는 부속 건물들로 나뉜다.

고리 1호기 모습
고리 1호기 모습

콘크리트 돔 형태 시설이 원자로. 'KORI' 글자가 쓰인 왼쪽 직사각형 건물이 터빈 건물. 그 아래는 부속 건물들 모습.

이 가운데 취재 허가가 난 곳은 터빈 건물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제어실로 한정됐다.

원자로는 방사선 탓에 연구용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고는 공개되지 않는다.

발전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사전방문 신청은 물론이고, 고리본부 정문에서부터 지문등록 신분증 제시를 통한 방문증 발급이 이뤄졌다.

보안 교육을 듣고, 관련 서류에 자필 서명을 하는 절차도 꼼꼼하게 진행됐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반입도 모두 제한됐다.

정문을 통과해 첫 방문지인 고리 1호기 터빈실을 보기 위해 가는 길에는 쓰나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리 1∼4호기를 둘러싸고 설치된 높은 담벼락과 차수벽을 볼 수 있었다.

고리 1호기 주변에서는 총을 든 청경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여 국가보안시설 최고 등급인 '가'급 시설임을 실감케 했다.

고리원전 입구
고리원전 입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빈실로 내부로 들어가자 '웅~'하는 기계음이 요란하게 들려 의문을 자아냈다.

원전이 중단된 상태가 아닌지 묻자 안내를 맡은 신 차장은 "기계 소리는 고리 2호기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로 1호기 터빈은 완전히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다른 원전의 경우 각호기마다 터빈 건물이 따로 떨어져 있지만, 고리 1∼2호기는 터빈실 건물이 서로 붙어있다"면서 "만약 1호기 터빈이 돌아갔으면 대화가 어려운 정도의 소음이 입구부터 나 귀마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빈실에는 대규모 배관과 케이블 트레이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급수펌프나 복수기 등 각종 설비도 보였다.

40년간 가동된 점을 고려했을 때 배관 외부 모습이 비교적 깨끗해 보였는데, 신 차장은 "10년 전 고리원전 계속 운전 승인 때 부품을 대부분 교체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터빈실 내부 곳곳에는 '안전제일', 이물질 조심' 등 현수막 등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제어실 모습
제어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빈실을 둘러본 뒤는 '주제어실'로 이동했다.

주제어실은 항공기의 '조정석'에 비유되는 곳으로 고리 1호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직원들도 근무 전 음주 테스트는 물론이고, 유행병이 있을 때는 체온 검사 등도 마친 뒤에야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내부는 각종 제어판과 컴퓨터 설비로 가득 차 있었다.

각 제어반은 안전설비, 원자로, 터빈, 방사선 감시 장치, 전기제어반 등으로 구분돼 있다.

고리 1호기가 정상 가동될 때는 각 조에 10명씩 6개 조가 24시간 교대 근무를 했는데, 지금은 5명이 한개조로 5개조가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각 조에는 원자력 조종 감독자, 원자로 조종사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신 차장은 "원자로는 영구 정지됐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전력 설비, 공기조화설비, 방사선 감시설비 등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어 여전히 긴장감을 가지고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제어실 스위치마다 플라스틱 커버가 씌워져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신 차장은 "제어 전 커버를 먼저 들어야 하는데 당황했을 때 누르는 것을 방지하고, 신중하게 제어하기 위한 인간 공학적 차원에서 설치된 것으로 안다"면서 "물건이 잘못 떨어져 스위치가 오작동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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