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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고리1호기 르포]②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점, 연말께 초안

송고시간2019-09-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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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수조 30분간 둘러본 뒤 피폭량은 '0'

해체까지는 15년 이상 걸려, 올해 말 해체계획서 초안 공청회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마지막 방문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였다.

고리 1호기 방문 시설 중 유일하게 '방사선 계통' 시설이다.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고온의 열을 방출한 사용후핵연료가 옮겨져 보관되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방호 가운과 목이 긴 면장갑·양말을 착용해야 했다.

안전모 안에는 머리망도 이중으로 착용했다.

얼굴 등 신체 일부는 공기 중에 노출이 이뤄지는 차림새였지만 한수원 측은 "방사선 계통 시설이지만 이곳도 현재는 얼굴을 완벽히 가리지 않고 드나들어도 될 정도로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켰다.

방호 가운 왼쪽 가슴 주머니에는 개인 피폭량을 측정하는 장비인 열형광선량계(TLD)와 자동선량계(ADR)를 넣도록 했다.

이 기기를 저장조 출입 전 입구에 설치된 기기에 갖다 댄 뒤 밖으로 나와 다시 카드를 가져다 대면 사용자가 안에서 얼마나 피폭됐는지를 알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있는 모습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동선량계는 피폭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경보음을 울려 작업자가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신상구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발전소 해체준비팀 차장은 "원자로가 정지된 이후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든 작업자가 근무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로 저장조 건물로 들어가자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푸른색 물이 가득 담긴 수조였다.

수조 크기는 가로 14.8m 세로 7.9m, 깊이 12.7m.

수중 4m 깊이에는 사용후핵연료를 꽂아 보관하는 벌집 모양의 저장랙이 설치돼 있었다.

562개의 구멍은 대부분이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차 있었다. 비어있는 공간은 55개에 불과했다.

신 차장은 "물 온도가 22∼23도쯤 되는데 고온의 사용후핵연료는 이곳에서 최소 5년 이상 보관해 열을 식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저장랙에 보관된 것 중 485다발은 사용후핵연료이고, 22다발은 기중기 실험 때 쓴 모의 연료"라고 말했다.

이어 "40년간 고리 1호기에서 총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천391다발인데 현재 이곳에 보관된 것 이외에는 신고리 1, 2호기 고리 3, 4호기 저장 수조에서 분산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랙은 기울어져 설치된 모습이었다.

신 차장은 "실제로는 반듯하게 설치됐지만 방사선과 열로 인한 체렌코프효과 때문에 심하게 굴절돼 보인다"면서 "한쪽 면에서만 관찰 할 수 있는 고리 1호기와 달리 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를 가보면 움직일 때마다 기울기가 계속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리원전 1호기
고리원전 1호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포화가 임박해, 한수원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2017년 조사 기준 고리·한빛 원전은 2024년, 한울 2027년, 신월성 2038년, 월성 2019년 포화가 예상된다고 한다.

신 차장은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인해 지금은 전체적으로 평균 3년 정도 포화가 더 늦춰진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사용후핵연료 재검토단에서 어떻게 처리를 할지 고민하고 있고, 고리원전의 경우 이전에 건식 저장시설을 만드는 방안 등이 검토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를 보는 데는 모두 30분이 걸렸다.

입구로 나와 소지하고 있던 선량계를 보니 방사선 검출량은 '0'으로 표시됐다.

손에 들고 있었던 수첩과 볼펜도 방사선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는데 다행히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

원전 해체 산업 추진 일정
원전 해체 산업 추진 일정

[한수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리1호기 최종 해체는 15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해체 로드맵은 모두 4단계로 진행된다.

해체계획서 마련 및 허가,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인출, 시설물 본격 해체, 부지복원 및 해체 완료 순이다.

현재는 1단계에 해당한다.

한수원은 정부로부터 해체 승인을 받기 위해 인허가 서류인 '최종해체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초안이 거의 완성된 상태다.

신 차장은 "작성된 초안은 올해 하반기에 공람 과정,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2020년 6월까지 최종본을 완성해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해체계획서 준비와 함께 오염된 설비 제염과 절단 방법, 폐기물처리 방법 등을 포함한 종합설계용역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공청회 주민 의견 수렴
공청회 주민 의견 수렴

[한수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해체계획서 승인이 목표한 대로 이뤄진다면 2022년 6월부터 본격 해체 작업이 착수될 전망이다.

현재 해체를 위한 기술 확보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정부가 원전 해체기술 평가 시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17개 기술이 미확보로 분류됐다.

이후 정부· 한수원 주도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17개 기술 중 4개 기술을 개발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미확보로 평가된 13개 기술은 고리1호기 해체착수 전인 2021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 차장은 "과거 연구용 원자로 해체와 가동원전에서의 대형기기 교체 경험을 통해 상당 부분의 해체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염이나 로봇 기술 등 일부 해체 기술은 아직 부족한 상태지만 해체착수 전까지 모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9일 시험 운전을 개시했다. 2007년 6월 18일 발전소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으나 10년간 연장 운영 연장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 18일까지 운행한 뒤 영구 정지했다.

고리 1호기 건설로 한국은 세계에서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됐다.

고리원전은 40년간 운영되는 동안 1천560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부산지역 전체가 8년간 쓰는 전력량이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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