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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잔혹범일수록 철저히 친근의 가면 쓰고 살아"

송고시간2019-09-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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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이우성기자

범죄심리 전문가 "10차 사건이후 범죄 끊겨…수감가능성 많았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경찰이 지목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A(56·부산교도소 무기수 수감) 씨가 주변 사람에게는 우호적이고 친근하게 보이게 하려고 철저하게 본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2019.9.19 xanadu@yna.co.kr

지속적인 성적 환상과 살인 욕구들은 결코 멈출 수 없어 점차 자극적인 방법으로 범행 수법이 발전해 나가는데 A 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24년째 수감생활을 이어와 추가 범행을 못 하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2000년 초 이 사건을 프로파일링 할 때 마지막 10차 사건(1991년 4월) 발생 10년이 지나도록 범행 수법이 유사하거나 발전된 사건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미뤄 그 당시 범인이 다른 사건으로 수감됐을 가능성이 많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_zGR1DU5ulg

'경찰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출신인 권 교수는 2000년 2월 국내에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이 도입될 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첫 사건으로 분석한 범죄심리 전문가다.

그는 "A 씨처럼 지속적인 성적 환상과 살인 욕구들을 지닌 살인범들은 이를 결코 멈출 수 없다. 프로파일링 분석 당시에는 이를 추적할만한 사건이 확인되지 않아 화성 사건의 범인이 어떤 특별한 상황에 부닥친 건 아닐까 판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권 교수는 A 씨가 24년 수감생활 중 한 번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1급 모범수였다고 알려진 데 대해 "경찰 재직 시 1천여명의 범죄자를 프로파일링했는데 잔혹 범죄자일수록 주변 사람에게는 친근하고 평범하게 보이려고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으로 미뤄보면 A 씨 역시 수감생활 때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하려고 수형자들과의 관계를 평범하게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흉기를 살해 도구로 사용하지 않은 화성 살인사건 때와 달리 1994년 1월 처제 살해사건에서는 둔기를 사용해 범행 수법이 달라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자와 면식 관계일수록 더 잔인하게 범행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면식 관계이면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 더 잔인하게 범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인 유형을 '표출적 살인'과 '도구적 살인'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화성사건은 성폭행하려고 살인을 도구로 쓴 것이고, 처제 살해사건 때는 가출한 아내에 대한 불만 표출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30여년을 끌어온 화성사건의 실체를 이제야말로 한 점 의문 없이 풀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단서는 용의자 A 씨의 DNA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 유일하다.

특히 A 씨의 DNA가 나온 3차례 사건의 증거물은 피해 여성의 속옷 등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이들 사건은 A 씨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경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서울=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2019.9.18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그러나 화성연쇄살인 10차례 사건 가운데 앞서 거론된 3가지 사건과 모방 범죄로 드러난 8차 살인사건을 제외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은 6건이 남는다.

이들 6건의 사건과 관련해 A 씨가 관련돼 있음을 입증할만한 명백한 단서는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다른 6건의 사건도 피해자 옷가지를 이용해 손을 뒤로 돌려 묶은 점, 퇴행성 시간(시신 간음) 등을 보여 유사한 점이 많다"며 한 사람이 저지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동안의 수사로 드러난 화성사건의 살해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교살이 7건,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죽이는 액살이 2건이고 이중 특정부위 훼손도 4건이나 됐다.

범인은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 길이나 오솔길 뒤에 숨어있다가 범행했으며 흉기를 살해 도구로 쓰지 않았다.

권일용 교수는 "A 씨가 DNA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라는 데 대한 자기 만족감이 일어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없는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최장 미제 '화성연쇄살인사건' 주요 일지
[그래픽] 최장 미제 '화성연쇄살인사건' 주요 일지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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