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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원을 그리면 점수가…" 미리 보는 문화재의 미래

송고시간2019-09-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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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국제문화재산업전서 첨단기술 적용한 사례 선보여

전통문화대학교가 선보인 학습 지원 기술
전통문화대학교가 선보인 학습 지원 기술

[촬영 박상현]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짧게 잡은 붓을 수직에 가깝게 들어 아래에 보이는 원을 따라 가늘게 선을 그려 보세요. 그러면 점수가 나옵니다."

19일 경주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권지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기자에게 체험을 권하며 이렇게 권했다.

평소 쥔 적이 없는 붓을 드니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정신을 집중해 원을 그린 뒤 사진을 촬영하고 네 모서리를 찍으니 모니터에 95점이라는 점수가 떴다.

권 교수는 "전통문화대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함께 개발한 학습 지원 기술"이라고 소개하고 "전통회화 패턴을 연습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해 21일까지 이어지는 국제문화재산업전은 이처럼 문화재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사례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행사다. 문화재 미래를 미리 만나는 자리인 셈이다.

전통문화대가 공개한 기술은 전통불화 바탕인 초본을 컴퓨터로 배치하는 시스템, 레이저를 활용해 종이에 구멍을 뚫어 전통단청 밑그림을 만드는 장치도 있었다.

불화 초본은 기존에 복사기로 축소 복사한 뒤 문양을 오리고 붙여야 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과는 거리가 먼 분야였다.

권 교수는 두 기술에 대해 "불화와 단청 제작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며 "올해 12월로 사업이 종료되는데,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가상현실(VR)을 문화재에 적용한 업체도 있었다. 클릭트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클릭트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박물관에서 유물을 관람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충돌하지 않고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안료 설명하는 김현승 가일전통안료 대표
전통 안료 설명하는 김현승 가일전통안료 대표

[촬영 박상현]

산업전을 둘러보다 문화재계 현안인 안료와 접착제인 아교에 대한 이야기도 접했다. 부실 논란이 인 숭례문 사례에서 보듯, 천연 재료를 활용한 전통 단청은 여전히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전통 안료를 생산하는 가일전통안료 김현승 대표는 "일제강점기 이후 전통 안료 명맥이 완전히 끊겼고, 한국화도 침체했다"며 "전통 제법 복원이 어렵지는 않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서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통 안료는 빛을 투과하는 성질이 있지만, 합성 안료는 표면에서 빛을 반사한다"며 "전통 소재는 문화재의 내구성과 그림의 예술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청이 중요한 건축문화재에 전통안료를 사용하기로 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이 커지고 사용처가 많아지면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산업전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를 기대한다"며 "문화재를 통한 창업, 일자리 창출, 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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