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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외국대사관 '오픈하우스'…한국+자국 이색건축 뽐내

송고시간2019-09-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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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서 주한 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 대사관 등 공개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촬영 김지헌]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평소 높은 담과 두꺼운 철문만 마주할 수 있었던 서울의 각국 대사관들이 문을 열고 특유의 건축미를 뽐냈다.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도 평소 가보기 어려웠던 주한 외국 대사관들이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관내 곳곳을 개방한 것이다.

오는 20일 시작하는 일반 대상 오픈하우스를 하루 앞둔 19일 찾은 주한 미국 대사관저와 영국, 프랑스, 스위스 대사관은 각기 자국과 한국의 특색을 정교하게 섞은 건축물을 자랑했다.

미국 대사관저는 덕수궁 뒤에 있다. 대한문 옆길로 가다가 돌담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으면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와 '하비브 하우스'라는 명패가 반긴다.

1971∼1974년 제10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필립 하비브가 미국의 외국 대사관저 중 최초로 주재국의 전통건축 양식에 따라 지은 건물이다.

이곳은 옛 미국공사관과 대사관저 등 두 채의 건물로 이뤄졌다. 미국공사관 건물은 1883년 미국 정부가 매입했는데 조선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부동산 거래였다고 전해진다.

이 건물에는 '미국 공사관 1883-1905'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박탈당하면서 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없었던 아픈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옛 미국공사관 건물
옛 미국공사관 건물

[촬영 김지헌]

공사관을 지나 올라가면 웅장한 한옥으로 지어진 대사관저가 나온다.

대사관저 정문을 지키는 두 개의 해태상 사이에 작은 고양이 석상이 있다. 관저 직원은 "반려묘를 키우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취향"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대사관저를 나와서 오던 방향으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영국 대사관에 도착하니 닉 메타 주한 영국 부대사가 취재진을 반겼다.

메타 부대사는 "서울에 있는 외국 대사관 중 영국 대사관이 제일 아름답고 최고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영국 대사관은 정문을 지나면 먼저 나오는 석조 사무동 건물과 그 뒤의 벽돌 관저 두 채 등으로 이뤄졌다.

사무동 건물은 한국과의 외교 관계 업무가 늘어나면서 1992년 준공했고 당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가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주한 영국 대사관의 브로턴 바
주한 영국 대사관의 브로턴 바

[촬영 김지헌]

이 건물 지하에는 한반도에 근무한 최초의 영국 외교관 윌리엄 애스턴을 기리는 '애스턴 홀'과 1797년 한반도에 도착한 첫 번째 영국인 윌리엄 브로턴 대위를 기념하는 '브로턴 바'가 있다.

브로턴 바는 말 그대로 술을 차려둔 곳이다. 메타 부대사는 "한국에 있는 대사관 중 바가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며 "서울 최고의 진(gin)과 위스키 컬렉션을 갖춘 곳"이라고 자랑했다.

사무동 건물 뒤에 있는 관저는 1890년 완공됐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교관 관저라고 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건물을 뜻하는 'V.R' 표기가 선명했다.

메타 부대사는 영국 대사관이 한국의 역사를 보여준다면서 "역사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도 보자"며 "세계 5위 경제국인 영국과 11위 한국은 협력할 여지가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주한 영국 대사관저
주한 영국 대사관저

[촬영 김지헌]

프랑스 대사관과 스위스 대사관은 각기 충정로와 서대문역 근처의 고층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혼자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는 주변과 조화를 이뤘는데 인근 부지가 재개발 등으로 급변하면서 독특한 풍경을 낳았다.

프랑스 대사관은 정문을 지나면 완만한 언덕에 둥근 정원을 사이에 둔 양 갈래 길이 펼쳐진다. 한국 청와대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국내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해 1962년 준공한 담대한 선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사무동
주한 프랑스 대사관 사무동

[촬영 김지헌]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한국인 제자가 한국에서 프랑스를 위해 지은 건물이니 두 나라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한국 처마의 곡선을 콘크리트로 구현한 듯한 사무동 건물 지붕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무동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치 파르테논 신전을 옮겨놓은 듯 웅장한 기둥으로 터를 잡은 대사관저가 나온다.

이달 1일 부임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관저에서 객들을 반기며 "대사관저가 한국과 프랑스 공동의 문화유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식이지만 한국 정서에 맞는 건물"이라고 자랑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

[촬영 김지헌]

스위스 대사관은 경희궁 자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1974년 이 자리에 있던 주택을 매입해 쭉 있었으니 신축 아파트가 갑자기 들어선 셈이다.

공간 부족과 건물 노후화로 재건축을 거쳐 올해 5월 선을 보인 새 대사관 건물은 '유럽의 옷을 입은 한옥'처럼 보였다.

목재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자연미를 살리면서 정원에 소나무를 뒀다.

내부는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도 기능적으로 배치해 감탄을 자아냈다. 실내에선 나무 향기도 났다.

곳곳에 배치한 대형 통유리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보여 마치 아파트를 정원으로 삼은 듯한 효과를 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회의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회의실

[촬영 김지헌]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의 집무실에도 어김없이 커다란 통유리가 한쪽 면을 채웠다.

카스텔무르 대사는 "(여기서 보는) 경치가 매우 멋지다"며 "저 멀리 남산 서울타워까지 보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울시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4개국 대사관·대사관저 외에 이집트와 캐나다 대사관도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프로그램은 29일까지 이어지며 오픈하우스서울 웹사이트(https://www.ohseoul.org/)에서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 중이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주한 스위스 대사관

[촬영 김지헌]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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