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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만 찬란했던 13살 소년의 그해 여름…'미드 90'

송고시간2019-09-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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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90'
'미드 90'

[오드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너처럼 세게 부딪히는 아이는 처음 봐. 그럴 필요 없어."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미드 90'은 껍데기를 깨고 세상에 나오려고 온 힘을 다해 부딪히는 13살 소년의 이야기다.

90년대 중반 어느 여름날, 스티브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스케이트보드를 함께 타면서 느끼는 자유, 새로운 세상을 그린다.

영화는 유난히 체구가 작은 스티브가 키가 껑충 큰 형에게 무지막지하게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형제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자신을 애 취급하는 엄마와 형의 폭력에 진저리가 난 스티브는 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을 보고 반해 낡은 보드를 들고 그들을 찾아간다. 무리의 대장 격인 레이와 절친 '존나네', 허세 가득한 루벤, 영화감독이 꿈인 '4학년', 이들이 그 면면이다. 루벤 빼고는 다들 스티브보다 서너살 많다. 대부분 결손 가정에서 자란 흑인들로, 평범한 백인 가정의 스티브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

'미드 90'
'미드 90'

[오드 제공]

스티브는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매일같이 보더 타는 연습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모한' 도전을 계기로 그들에게 인정받고, 좀 더 과감한 일탈을 한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파티에 가서 마약을 한다. 여자를 만나 허세를 부리고, 말은 점점 거칠어진다. 담배 피운 뒤 엄마에게 들킬까 봐 공중화장실로 달려가 세제를 입에 털어놓고 헹구던 그런 겁쟁이 소년이 더는 아니다. 자신을 새 친구들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엄마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덤벼든다. 형과의 권력 관계도 달라졌다. 동생과 어울리는 친구들을 목격한 형은 더는 스티브를 힘으로 제압하지 못한다.

'미드 90'
'미드 90'

[오드 제공]

소년 스티브에게 그해 여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 화양연화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추억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지독한 '성장통'이다. 어른들 시선에서는 그렇다. 소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탈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미드 90'
'미드 90'

[오드 제공]

그러나 편견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달라진다. 소년이 발을 디딘 곳은 나쁜 친구들의 세상이 아니다. 인종과 빈부 격차,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함께 어울리고, 꿈을 키워나가며, 아프면 서로 위로해주는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다. 친구들은 노숙자들의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진심으로 격려한다. 이들도 꿈이 있다. 가난한 거리를 벗어나고 싶어 프로 스케이트 보더가 되려 하고, 언젠가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디지털 캠코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레이가 엄마와 갈등을 겪는 스티브에게 "남들 인생이 어떤지 보면, 네 인생이랑 바꾸기 싫을걸."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어른보다 더 깊은 성찰, 삶의 경험이 느껴진다.

'미드 90'
'미드 90'

[오드 제공]

차들이 다니는 비탈진 도로 한가운데를 보드를 타고 내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아슬아슬하지만, 안전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낸 스티브는 경험의 나이테를 하나 더 두르고 더 단단해졌다.

'트루 스토리'(2015),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조나 힐 감독 데뷔작이다. 90년대 LA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자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조나 힐은 "그 당시 스케이트보드를 탔기에 평생 갇혀 살 수도 있었던 인종 및 사회경제적 버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나의 세계가 정말 넓어졌다"고 떠올렸다. '문라이트'(2018), '유전'(2018), '레이디 버드'(2018) 등을 만든 제작사 A24가 만든 작품이다.

'미드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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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제공]

주연을 맡은 서니 설직은 극 중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 '땡볕'처럼 눈부신 연기를 펼친다. 2005년생인 그는 제70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2018)에 출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 작품에 오디션이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공원에서 우연히 조나 힐 감독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고 한다. '벤 이즈 백'(2019),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7)에 출연한 루카스 헤지스가 형 이안으로 출연, 거칠지만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이(나 켈 스미스)와 '존나네'(올란 프레나트) 역을 맡은 이들은 실제 스타 스케이트 보더들이다.

슈퍼 16㎜ 필름에 4:3 비율로 촬영하고, 20여년전 유행하던 운동화, 패션 등이 등장해 90년대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청소년관람 불가.

'미드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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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제공]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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