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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라진 삶의 터전" 쓰레기·폐허만이…여수 바다양식장

송고시간2019-09-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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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타파가 할퀸 가두리양식장 25어가 피해…"그물도 날아다녀"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것고,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여…"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묘두마을 앞 해상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김옥자(60)씨는 태풍 '타파'가 북상하던 22일 오후 집으로 가지 않고 양식장에서 고기를 지켰다.

태풍의 흔적
태풍의 흔적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묘두마을 앞 해상에 태풍 '타파'가 휩쓸고 간 가두리 양식장의 잔해가 쓰레기 처럼 밀려들고 있다. 묘두마을 앞 해상에는 45어가가 우럭과 돔 등을 양식했으나 이번 태풍으로 25어가가 피해를 봤다. 2019.9.23 minu21@yna.co.kr

올해 5번의 태풍이 왔지만, 바람도 약했고, 직접 눈으로 보며 고기를 지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오후 4시를 넘어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파도와 함께 불어닥친 바람은 나무로 만든 가두리를 거세게 몰아쳤다.

순식간에 나무 구조물이 거센 풍랑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김씨는 작은 보트를 타고 온 힘을 다해 양식장에서 빠져나왔다.

김씨는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가두리가 모두 바람에 뜯겨 날아간 것을 보고 위험을 무릅쓰고 양식장을 빠져나왔다"며 "양식장과 육지가 가까웠지만 표류하다시피 해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 23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묘두마을에는 어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가두리 양식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해변에는 부서진 가두리 양식장 잔해가 밀려와 폐허처럼 변해 곳곳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배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가로 7m, 세로 7m 크기의 나무로 만든 가두리 양식장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묘두마을 앞에서 45어가가 돔과 우럭 등을 양식하고 있는데 최소 절반을 웃도는 25어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로 만든 양식장 숙소도 폭격을 맞은 것처럼 심하게 구부러졌고, 일부 구조물은 파도에 떠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두리 양식장 잔해들은 파도에 떠밀려 해변에 쌓이면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숙소와 휴게실로 쓰던 컨테이너 유리창에는 강풍을 막으려 했는지 테이프가 붙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스티로폼 재질의 부이와 나무 기둥, 그물 등 잔해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지만, 복구의 손길은 멀게만 보였다.

사라진 삶의 터전
사라진 삶의 터전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묘두마을 앞 해상에서 가두리 양식장이 태풍 '타파'로 부서져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묘두마을 앞 해상에는 45어가가 우럭과 돔 등을 양식했으나 이번 태풍으로 25어가가 피해를 봤다. 2019.9.23 minu21@yna.co.kr

해변에서 스티로폼 자재를 수거하던 이광철(51)씨는 "물속에 있는 그물이 바람에 날려 날아다닐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며 "묘두마을 앞 해상은 파도가 잔잔해 웬만한 너울성 파도가 와도 피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강풍 피해가 정말 컸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 이승남(66)씨는 "올해 태풍이 '타파'까지 6개가 왔는데, 이번에는 이틀간 강풍이 불어 피해가 컸다"며 "해변에 잔해와 쓰레기가 밀려들어 하루빨리 복구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손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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