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의붓아들 살해…'스모킹건' 없어 법정 공방 예고(종합)
송고시간2019-09-26 16:26
현 남편 체내서 수면제 성분 검출, 사망 추정 시간 휴대전화 검색 등 범행 정황
전문가 "고씨 전 남편 살해 사건에서 보듯 결정적 증거 없으면 혐의 부인할 듯"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이 의붓아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그의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만 있을 뿐 결정적 증거(스모킹건)가 없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고유정이 의붓아들 의문사에 대한 경찰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데다 자신을 의붓아들 살해범이라고 주장한 현 남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3월 숨진 채 발견된 의붓아들 A(5)군은 고유정이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이 고유정을 의붓아들 살해 용의자로 특정한 정황 증거는 크게 2가지다.
경찰은 지난 7월 고씨의 현 남편 B(37)씨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았다.
고유정은 지난해 11월 B씨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첫 번째 아이를 유산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B씨 체모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는데 사용한 졸피뎀 등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B씨는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방법과 비슷하게 수면제를 탄 음식을 먹이고 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B씨가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없고, 아내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해 복용한 적도 없다는 점을 토대로 고유정이 음식에 수면제를 몰래 타서 먹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A군에 대한 국과수 정밀 부검에서는 이 수면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꼽은 두 번째 정황증거는 A 군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고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휴대전화 기록이다.
국과수 부검에서 A군 사인은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지난 3월 2일 오전 5시께로 10분 이상 전신이 강하게 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과수 소견이다.
발견 당시 A군은 얼굴은 침대 메트리스를 향하고 있었고, 혈흔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누군가 A군의 얼굴을 메트리스로 향하게 한 뒤 압박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고유정은 "사건 당일 남편과 아들이 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며 "왜 사망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고유정은 사건 당일 자정께 아파트 커뮤니티에 아이들을 위한 풍선 아트와 페이스페인팅 놀이를 제안하는 댓글을 남겼다.
사건 당일 오전 7시께 휴대전화로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것도 확인됐다.
또 고씨는 A군이 숨지기 약 일주일 전 자택 컴퓨터로 질식사와 관련한 인터넷 뉴스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런 점을 토대로 A군 사망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고유정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씨가 범행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있다.
남편 B씨는 "고유정이 증거 인멸을 위해 사건 당시 흔적이 남은 침대보와 전기매트 등을 버렸고, 아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힌 적이 있다.
6개월가량 이어진 이 사건의 수사가 사실상 일단락됐지만, 고유정이 법원에 기소돼 유죄 판결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전 남편 살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씨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스모킹건이 없는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경우는 더욱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마무리한 상태이며 검찰과 최종 협의를 한 뒤 언론 등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피의사실공표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공개 범위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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