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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고음' 박혜원 "차트 역주행하니 얼떨떨하고 무서웠어요"

송고시간2019-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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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엠넷차트 1위…디바 기대주로 급부상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차트 역주행한 '흰' 박혜원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차트 역주행한 '흰' 박혜원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제 노래가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니 얼떨떨하고 무서웠어요. 저란 사람이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제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았어요."

최근 무서운 기세로 각종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점령한 발라드 넘버가 있다. 신인 여가수 중에서도 단연 기대주로 꼽히는 '흰'(HYNN) 박혜원(21)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다.

이 곡은 지난 3월 발매됐지만 약 반년이 지나 이제야 빛을 봤다. 여러 버스킹 무대와 라이브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발라드 팬 사이에서 '무서운 신예가 나타났다', '헬고음 소유자', '슈스케 출신 인천 에일리' 등 입소문이 돌면서 뒤늦게 가요 차트를 역주행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은 지난 17일 엠넷닷컴 실시간차트 1위에 올랐고 멜론, 지니, 플로 등에서도 10위권에 포진했다. 그는 가수들이 선호하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도 두 차례나 올랐다.

박혜원의 강점은 4옥타브에 육박하는 고음과 남달리 길고 탄탄한 호흡. 가창력만큼 자신감이 넘칠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직접 만난 박혜원은 수줍은 여대생이었다.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박혜원은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자 무서워서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그는 오랜 꿈이었던 가수 데뷔를 포기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나온 '대어급 신예'를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

"동덕여대에 입학하고 나서 여러 오디션을 보다 자신이 없어졌어요. 가수 데뷔하는 대신 졸업 후 보컬 트레이너를 하려고 했죠. 걸그룹 메인 보컬 자리 제안도 받았는데 여러 조건이 안 맞아서 포기했어요."

박혜원이 현재 소속사에서 데뷔한 것도 우연에 가깝다. 중견 코러스 출신인 학과 김현아 교수 제안으로 한 작곡가가 만든 노래의 '가이드 보컬'을 하면서다. 이를 듣게 된 현 소속사 대표가 "목소리만 듣고 반했다"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대표님이 제 목소리 하나만 듣고 '네가 혜원이니'라며 반겨준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디바 기대주로 떠오른 '흰' 박혜원
디바 기대주로 떠오른 '흰' 박혜원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천 출신인 박혜원은 원래 신인 가수 등용문인 엠넷 '슈퍼스타 K'에서 처음 얼굴을 알렸다. 당시 에일리 앞에서 에일리 노래를 부르고 호평을 받아 '인천 에일리'로 불렸다.

가요계 영향력이 있는 프로듀서 유희열도 박혜원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박혜원이 SBS TV 'K팝 스타'에 출전했을 때 심사위원이던 유희열은 박혜원의 음색이 "'K팝 스타'에 안 맞아서 그렇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라며 가수 양파의 노래를 들으며 영감을 얻을 것을 주문했다. 유희열은 최근 자신의 프로그램인 '스케치북'에 출연한 박혜원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너무 잘 성장해온 것 같다"고 격려했다.

박혜원은 귀여운 인상과 달리 강단이 있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철이 일찍 든 셈인데, 지인들은 '애늙은이' 같다고 놀릴 때도 있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집안 형편이 다소 어려웠을 땐 학비가 많이 드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할지 고민하며 가족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를 묻자 "부모님이 즐겨보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오랜 시간 무대 뒤에서 땀을 쏟았다. 천부적 보컬 재능도 있지만, 주변에선 엄청난 연습벌레로 통한다.

서울공연예술고 입시 때 실기곡으로 김광석 '서른 즈음에'를 택한 그는 "석 달 동안 한 곡만 팠다. 연습하다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고1 때 실기고사에선 꼴찌한 데 충격받아 친구 연습실을 빌려 막차가 끊길 때까지 연습했다고 한다. 당시 음역대가 3옥타브 시에 달했다.

박혜원의 예명은 '흰'이다. 한강의 소설 '흰 Hynn'에서 따왔다.

"소설 흰을 읽으면서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오직 내가 흰 것만 건넬게'란 구절을 봤어요. 제가 앞으로 흰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정신으로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 흰 스케치북에 다른 색을 입히는 정신이 녹여져야 노래를 잘 담아내지 않겠냔 생각이 들었어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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