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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프랑스!' 시라크 전 대통령, 먼저간 맏딸 옆에 영면

송고시간2019-10-0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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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 쉴피스 대성당서 국장으로 장례…푸틴·클린턴 등 직접 조문

재임시 대중과 스스럼 없이 소통 즐긴 소탈한 정치지도자

2006년 재임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재임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장례가 30일 파리 시내 생 쉴피스 대성당에서 프랑스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가톨릭 장례미사로 치러진 이 날 장례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외국의 주요 전·현직 국가수반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물론, 1974년 41세의 시라크를 총리로 발탁했던 고령(94세)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프랑스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우리 정부도 최종문 주프랑스대사를 대표로 보내 조의를 표했다.

장례미사를 집전한 미셸 오프티 파리 대주교는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마음 따뜻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으로 장례미사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날 장례에 몸소 참석한 외국 지도자 가운데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3년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전 개전 당시 시라크와 함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던 인연이 있다.

푸틴은 지난 6월에도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시라크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외국의 정치 지도자라면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푸틴은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진정한 지성인이자 선생님이었고,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냉철한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프랑스 우파 현대정치의 거물로 꼽히는 시라크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두 차례 프랑스 대통령을 지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유해가 잠든 관을 시라크의 재임시 그를 경호했던 전 경호원들이 운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유해가 잠든 관을 시라크의 재임시 그를 경호했던 전 경호원들이 운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임 시 유로화를 도입했으며, 국제사회에서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에 맞서 반대 목소리를 국제사회에서 주도한 서방 지도자로 깊이 각인돼 있다.

시라크는 재임 시 업적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프랑스인들에게는 잘생긴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겼던 소탈한 대통령으로 인식된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설문 응답자의 30%가 시라크를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아 샤를 드골과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드골은 2차대전 때 나치에 대항해 싸운 뒤 전후(戰後) 프랑스를 재건한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프랑스에서는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정치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라크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와 유족 측이 일요일인 지난 29일 하루 파리 시내 복합 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서 일반 시민도 시라크의 유해가 담긴 관 앞에서 조문할 수 있도록 하자 수천 명이 모여들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고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의 유해는 지난 2016년 58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뜬 장녀 로랑스가 묻힌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됐다.

정치 인생 내내 유머러스하고 활동적이며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긴 시라크의 소탈한 이미지 뒤에는 큰딸 로랑스가 십수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거식증으로 숨지는 등 순탄치 않은 가정사가 있다.

yonglae@yna.co.kr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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