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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정부·우익 압박 뚫고 전시 재개되는 소녀상

송고시간2019-10-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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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익 세력과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중단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와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有展)·그후' 실행위원회가 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 기일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6일 전시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오는 14일 종료되기 때문에 추가 전시는 일주일 정도에 그치지만 전시 재개의 의미는 각별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전시는 일본 공공미술관에서는 처음이라서 8월 1일 트리엔날레 개막과 함께 큰 관심을 끌었으나 우익 세력의 반대와 협박이 이어져 사흘 만에 중단됐다. 아이치현청 등에는 전시와 관련한 협박과 항의의 뜻이 담긴 전화·메일·팩스가 한 달 새 1만건 이상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후 안전 문제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전액 중단 결정을 내려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청원 운동을 촉발했다.

1일까지 9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참했다고 한다. 일본 당국은 협박에 의해 전시회가 중단되고 보조금이 끊긴다면 일본은 테러와 싸울 정신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다는 청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날 도쿄 소재 문화청 앞에서는 예술가 등 200여명이 보조금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예술에 대한 '이지메'(괴롭힘)를 중단하라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한 대학생은 간접적인 검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미술상협회와 미술평론가연맹도 철회 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앞서 소녀상 전시 문제를 다루려고 아이치현이 구성한 검증위원회는 전시 재개를 권고하면서도 전시 방식을 개선하라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작품에 대한 검열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소녀상 전시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 이어지는 일련의 압박 분위기는 사실상 검열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뒤늦은 전시 재개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목소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시 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참여 작가들은 환영했다. 당연한 일이라며 힘을 실어준 시민 연대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에는 김운성·김서경과 위안부 피해자 초상을 찍어온 안세홍을 비롯한 한일 16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운성 작가는 다시 평화를 이야기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시위에 나선 일본인들은 자국 정부가 문화예술을 탄압하고 검열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안은 일본 내에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한 주요 장이 됐다는 점이다.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에는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조항을 주제로 노래한 전통 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전 일왕의 초상화가 불태워지는 영상작품 등도 전시됐다고 한다. 일본의 우익 세력과 규제 당국이 피하고 싶은 주제들이다. 역사적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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