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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전문기관, 5살 의붓아들 살해한 "계부한테 속았다"

송고시간2019-10-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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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기관 교육 충실히 받고도 의붓아들 보육원 나오자 학대

5살 의붓아들 살해 혐의 20대 계부
5살 의붓아들 살해 혐의 20대 계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김상연 기자 = "한마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계부한테 기만당하고 속은 겁니다"

계부의 잔인한 폭행 끝에 숨진 5살 아이를 2017년부터 2년간 보호하고 관리했던 인천아동전문보호기관 관계자는 1일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살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계부 A(26)씨가 아내와 함께 인천아동전문보호기관을 처음 찾은 건 올해 4월이었다.

2017년 자신의 학대로 보육원에서 지내던 첫째 의붓아들 B(5)군과 둘째 의붓아들 C(4)군에 대해 법원이 내린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끝나기까지 3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그는 부모로서 두 의붓아들의 보육원 퇴소를 원한다며 어떤 노력을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A씨는 3개월간 매번 1∼2시간씩 진행되는 대면상담을 12차례 받았고, 양육이나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해 배우는 '부모 교육'도 7차례나 이수했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한번은 상담 중에 셋째 아이가 울었는데 A씨가 참을성 있게 대하더라"며 "아이가 울 때 기다리면서 훈육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3개월간 지켜본 입장에서는 A씨가 (과거 아이들을 학대한)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교육에) 협조도 잘했다"고 기억했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A씨 자택을 직접 찾아 집안 분위기나 보육 환경 등을 살피는 '가정 방문'도 했다.

B군 형제는 보육원에서 완전히 퇴소하기 전까지 적응 차원에서 주말에만 귀가했고, 형제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기 싫다"며 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두 의붓아들이 자신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보육원 생활에 적응해 잘 지내고 있는데도 보호명령이 끝나자 지난달 30일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보육원을 찾아갔다.

2년 6개월 만에 집으로 온 두 의붓아들 중 B군은 A씨에 의해 25시간가량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목검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끝내 숨졌다.

5살 의붓아들 살해 혐의 20대 계부
5살 의붓아들 살해 혐의 20대 계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때문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이 A씨의 과거 학대 전력을 고려해 보호 기간을 연장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이 관계자는 "사후 관리를 통해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조치할 생각이었다"며 "보호 연장을 하려면 아이 아빠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어야 하는데 연락을 거부하거나 전화를 안 받은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B군 형제가 생활한 보육원 수녀는 "우리도 계부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B씨가 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에서는 순한 양처럼 따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보육원에 있던 자녀를 집으로 데려와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은 불과 3년 전 이미 인천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

4살 딸에게 40시간가량 아무런 음식을 주지 않은 채 철제 옷걸이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2016년 8월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40시간을 굶은 상태에서 겨우 햄버거 하나를 먹고 양치하다가 쓰러진 4살 아이는 "꾀병을 부린다"며 욕실에서 또 폭행을 당한 끝에 숨졌다.

숨진 4살 아이는 부모가 이혼하자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2016년 4월부터는 인천 한 보육원에서 두 달여간 생활했다.

20대 엄마는 딸을 직접 키우겠다며 집으로 데려간 뒤 열흘 지난 시점부터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 이 엄마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A씨 등 두 아동학대 가해자와 같이 자녀를 데려가기 전에는 기관 측 교육을 충실히 받고 잘 키울 것 처럼하다가 실제로 보육원 퇴소 이후에는 돌변해 학대하는 경우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부모가 상담이나 교육을 받아야 하는 강제 조항이 없다"며 "이번 사건처럼 친권자가 보호기관 교육 때와 달리 귀가 후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현재 부족하다"며 "보통 지역 기관의 상담원 1명이 맡아 관리하는 보호 사례가 50여건인데 선진국이 1명당 20∼30건인 걸 고려하면 아동보호기관의 인력을 늘리는 등 사회적 기반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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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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