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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바다] ① "물반 고기반이 아니라 물반 쓰레기반" 어민의 한숨

송고시간2019-10-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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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정화선박 타고 돌아본 부산 앞바다…1시간 30분 만에 1.5t 수거

플라스틱·스티로폼·음식물, 둥둥…그야말로 바다가 쓰레기 투기장

해양 쓰레기와의 전쟁
해양 쓰레기와의 전쟁

지난달 18일 영도 하리항에서 수중 정화 활동 펼치는 중앙 해양 특수구조단 대원. [촬영 손형주 기자]

[※ 편집자 주 = 최근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거대한 백사장이 바다에서 떠밀려온 수천t의 해초와 쓰레기로 뒤덮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환경 전문가들은 '자연의 경고'라고 말했습니다. 죽은 고래 내장에서 수천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소식에 해양 쓰레기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그 쓰레기를 우리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항·포구를 비롯해 연안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를 우리는 예사로 쳐다봅니다. 바다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 바닷속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가라앉아 있는지에 대해선 외면한 채 그저 바다 위 아름다움만 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바다의 쓰레기 문제를 재조명하고자 두달여에 걸친 바다, 그리고 바닷속 쓰레기 실태 취재기를 담은 르포를 비롯해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 현황과 피해 실태, 어민과 국민 인식 문제, 관계기관 대응과 정책 문제점, 건강한 바다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다룬 총 5편의 기획 기사를 5일부터 1편씩 송고합니다.]

지난달 25일 부산항 북항을 청소하는 항만정화 2호
지난달 25일 부산항 북항을 청소하는 항만정화 2호

[촬영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마을 어장 그물에 물고기가 아니라 쓰레기만 잔뜩 걸려듭니다."

부산 영도 하리항. 작은 어촌마을인 이곳은 북동풍만 불면 육지로 떠내려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마을 어장에 설치해둔 그물에는 고기 대신 쓰레기만 한가득하다고 한다.

강양석 영도 동삼 어촌계장은 "조금 과장해서 물 반 쓰레기 반이죠"라며 "냉장고, 세탁기 가전제품부터 플라스틱, 생활용품 등 수많은 쓰레기가 바닷속 펄에 묻혀 있다가 큰 파도만 치면 물속이 뒤집어지면서 그물에 쓰레기가 걸려든다"고 설명했다.

평소 바다 위나 바닷속에 쓰레기가 얼마만큼 있는지 관찰하기가 힘들어 그 심각성을 자칫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어업과 해양, 환경 분야 관계자들은 바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 재앙이 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리항 뿐만 아니라 부산 앞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5일 기상악화 등으로 발이 묶였다가 오랜만에 출항하는 항만정화 2호(79t)에 올라탔다.

이 배는 한국 해양환경공단 부산지사가 운영하는 청항선이다.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항만환경 개선을 위해 바다 위 부유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선으로 '바다 환경지킴이'로 불린다.

청항선 운항 20년 베테랑인 이오재 선장 안내로 먼저 부산 북항으로 향했다.

청항선이 가장 처음 도착한 곳은 부산의 관문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앞바다.

이곳은 외국인 등 관광객이 왔을 때 처음 부산이라는 도시를 마주하는 곳이다. 근데 바다 쓰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첫인상을 준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평소 바다 쓰레기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라고 한다.

배들이 접안해 있는 터미널 부두 인근.

주로 육상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패트병, 스티로폼 등이 둥둥 떠다녔고, 여객선에서 배출된 것으로 보이는 비닐 등도 보였다.

청항선이 터미널을 한 바퀴 돌자 곳곳에서 다양한 쓰레기 더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 위 떠다니는 나무판자
바다 위 떠다니는 나무판자

[촬영 손형주 기자]

수거 작업을 마치고 다음 작업 장소로 이동 중 이 선장이 다급히 뱃머리를 돌렸다.

바다 한가운데 큰 나무판자가 떠다니고 있었다.

선장은 "대형 쓰레기는 자칫 선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는 부산항대교 친수공간 인근인 일자 방파제로 이동했다.

부산항대교 아래 친수공간은 야영객들이 몰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방파제로 접근하자 곳곳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공단 관계자들이 뜰채로 연신 쓰레기를 선박 쪽으로 보냈다. 프로펠러를 가동하자 쓰레기들이 컨베이어 벨트 쪽으로 모여들었다.

낚시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물 쓰레기, 소주병 등도 바다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산항대교 인근 일자 방파제에서 해양 쓰레기
부산항대교 인근 일자 방파제에서 해양 쓰레기

[촬영 손형주 기자]

이날 1시간 30분가량 항만정화 2호가 수거한 쓰레기는 1.5t가량.

부산항에서 청항선 3대가 하루 평균 3시간씩 항만정화 활동을 펼치는데 하루 평균 10t가량의 부유 쓰레기가 수거된다고 한다.

이오재 선장은 "가끔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바다 위를 떠다닌다는 신고도 들어온다"며 "부유 쓰레기는 대부분 육지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로 바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항만정화선박에서 바라본 해양 쓰레기
항만정화선박에서 바라본 해양 쓰레기

[촬영 손형주 기자]

선장 말처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는 대부분 육지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다.

해안가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로 유입되기도 하고, 낚시 등 바다에서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해안가를 찾는 시민들이 직접 버리는 쓰레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배출 단속을 피해 누군가 몰래 버렸을 것으로 추정하는 스티로폼 등 산업용 쓰레기도 상당하다.

해경 관계자는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생각하고 버리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이 만연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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