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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연극으로 행복한 세상…연극계 첫 사단법인 '극단현장'

송고시간2019-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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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사유화 막고 모두가 주인, 단원들 월급 주는 전문예술법인

소통 프로그램 가득…150석 전용극장·회비 내는 시민회원만 400명

인사하는 극단 현장
인사하는 극단 현장

(진주=연합뉴스) '낭만가극 여가수 진수린' 공연을 펼친 후 인사하는 극단현장. 2019.10.3 [극단현장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9월 24일 오후 경남 사천시 서포초등학교 강당이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강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경남도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지역 맞춤형 공연프로그램 '카툰 마임 쇼'가 펼쳐졌다.

학생들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다양한 몸짓에 따라 폭소와 탄성을 터뜨렸다.

마임 공연 중 한 출연자는 학생들 속으로 달려와 아이 한명의 손을 잡고 무대로 데려갔다.

졸지에 무대에 오른 학생은 출연자와 함께 금방 배우가 된 듯 어설픈 동작으로 무대를 달궜다.

희곡인 카툰 마임 쇼·배우·관객이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된 현장이었다.

초등학교 찾아간 '카툰 마임 쇼 공연'
초등학교 찾아간 '카툰 마임 쇼 공연'

[촬영 최병길 기자]

1학년 담당 오정아 교사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6학년 진수겸 학생은 "모처럼 스마트폰과 영화보다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공연을 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배우와 관객이 공감하는 현장을 강당 한쪽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흐뭇하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경남 진주의 극단 현장 고능석(52) 대표다.

고 대표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은 바로 이런 맛, 이런 행복"이라고 말했다.

현장아트홀에 선 고능석 대표
현장아트홀에 선 고능석 대표

[촬영 최병길 기자]

극단 현장은 1974년 탄생했다.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극단 현장은 우리나라 연극계의 선두주자다.

극단 현장은 전국 극단 중 가장 먼저인 2005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극단 사유화를 막고 모두가 주인이 되자는 취지였다.

2009년에는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됐다.

본격적인 연극 회사를 만든 것이다.

극단 현장은 단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극단 단원들은 여느 극단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배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전업이다.

8년 전 입단했던 단원 6명 중 5명이 여전히 극단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만큼 소속감도 높다.

고 대표는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하기 10년 전인 1995년 극단 현장의 전업 1호 배우로 입단했다.

당시 극단 선배들과 후원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고 대표에게 월급을 지급했다.

고 대표는 "첫 월급으로 15만원을 받았는데 당시 이 돈이 어떤 월급인지 가슴에 새겼다"며 회상했다.

연극배우 하면 떠오르는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선배들의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2013년 12월 9일 현장아트홀
2013년 12월 9일 현장아트홀

[극단현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 대표는 그 힘으로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연극을 할 수 있었다.

2007년에는 진주시 동성동에 전용 소극장인 현장아트홀을 개관했다.

전용 소극장은 도심지 단관극장(하나의 극장에서 하나의 스크린으로 한 작품만 상영하는 극장)이던 옛 동명 아트홀이다.

단관극장 건물주는 극단 현장에 저렴한 비용으로 흔쾌히 임대했다.

지금도 도심지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저렴한 월세로 극단 현장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용 극장은 무려 150석이다.

고 대표는 "이 정도 무대와 극장은 전국 어느 극단에서도 으뜸이 될 만큼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현장아트홀
현장아트홀

[촬영 최병길 기자]

극단 현장이 이런 모습을 갖춘 데는 20년가량 극단 대표를 맡았던 정대균 현 MBC경남 사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당시 극단을 이끌며 '연극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고, 제대로 된 소극장과 연극인 노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늘 다짐했다.

그는 "잘하고 있지만, 연극인으로서 사회적인 공적 책무를 지켜나가야 극단이 발전한다"며 후배 연극인들에게 당부했다.

선후배들의 노력이 쌓여 현재 극단 현장은 회원 43명, 월급을 지급하는 상근단원만 10명이 있다.

1976년 창단공연 '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사 연극, 마임 극, 1인 공연, 아동 가족극 등 다양한 형식의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창단공연이자 40주년 기념 공연인 '출발'
창단공연이자 40주년 기념 공연인 '출발'

[극단현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중 100일가량은 관객들과 소통한다.

극단 현장이 자랑하는 최고의 후원자이자 기둥은 바로 시민 회원이다.

무려 400여명이 월 1만원씩 꼬박꼬박 회비를 낸다.

고 대표는 "이들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가장 안정된 관객"이라며 "회원들의 생일날에는 작지만, 극단에서 정성껏 선물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극단 현장은 지역에서 3년째 시민연극 교실을 열고 있다.

연극 교실을 수강한 1기생을 중심으로 시민극단 '이중생활'이 창단돼 활동한다.

'놀이하는 이모네' 연극 놀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개발, 교육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소극장은 연극뿐 아니라 무용, 클래식, 록 보컬, 재즈, 초청강연회 등 지역 문화예술인의 창작 산실이자 사랑방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극단 현장은 대규모 주제공연인 뮤지컬 등에는 시민 배우를 모집해 무대에서 함께 참여하고 출연료도 지급한다.

시민 스스로 공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연극에 대한 사랑을 갖도록 하는 선순환을 창조하고 있다.

극단 현장은 단원 선진 교육 등 스스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고 대표는 "삶의 모든 순간, 무대 위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다"며 "극단 현장은 연극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공연 펼치는 극단현장
공연 펼치는 극단현장

[극단현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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