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인턴액티브] "청소년에게 매달 콘돔 두 개 보내드려요"

송고시간2019-10-06 06: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주보배 인턴기자 = "편의점 점주가 콘돔을 들고 계산대에 선 저에게 대뜸 나이를 물었어요. 나이를 말했더니 '학생이 왜 이런 걸 사려고 하냐'고 하더라고요."

권나민(20)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편의점에 콘돔을 사러 갔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한 것을 떠올렸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점주가 판매를 거부한 것.

"분명 청소년도 콘돔을 살 수 있다고 들었던 터라 점주의 반응이 당황스러웠어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편의점을 나왔죠."

권씨는 시중에서 콘돔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인터넷에서 콘돔 판매업체 '이브(EVE)'의 '프렌치 레터' 서비스를 발견했다. 프렌치 레터는 청소년에게 무료로 콘돔을 보내주는 프로젝트다.

"편의점, 약국 등에서 판매 거부를 연이어 겪던 차에 이브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걸 접하고 서비스를 신청해 두 달 동안 이용했죠."

그럼 이브는 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걸까. 현실적으로 청소년의 성관계를 100% 막기 어렵다면 안전한 관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제14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6만40명 중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이는 3천422명에 이르렀지만 이 중 피임을 실천한 경우는 절반 정도(59.3%)로 집계됐다.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다. 청소년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이 콘돔을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직'이다. 지난 6월 충북 청주 한 편의점 유리창에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절대 술, 담배, 콘돔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한 편의점에 붙었던 청소년 콘돔 구매 금지에 관한 안내문.
한 편의점에 붙었던 청소년 콘돔 구매 금지에 관한 안내문.

[청소년 인권행동 단체 아수나로 제공]

청소년기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렌치 레터를 기획한 이브 박홍주 매니저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콘돔을 쉽게 구할 수 없다면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며 "사회의 시선을 이유로 성관계 시 피임과 성병 예방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청소년은 대개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콘돔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렌치 레터를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브의 공식 홈페이지에 링크된 신청서에 배송지 주소와 이름 등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신청자는 생년월과 이름이 나온 신분증 사진을 올려서 청소년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올해 프렌치 레터를 통해 총 750명의 청소년에게 콘돔 약 1천500개가 전달됐다. 작년보다 신청자가 약 10%가량 늘었다고 업체는 전했다.

프렌치 레터 서비스를 이용해본 권씨는 "콘돔을 전달하는 방식이 '편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브 측은 아직 청소년이 콘돔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인 탓에 내용물이 콘돔인 것을 최대한 숨기는 방식으로 프렌치 레터 배송 방식을 보완했다. 두꺼운 종이로 콘돔을 감싸 편지와 함께 부치는 것. 또 실제 지인으로부터 온 편지처럼 보이도록 주소 등 정보를 모두 손으로 직접 쓰고, 받는 이의 이름을 실명 대신 별명으로 기재한다.

jootreasure@yna.co.kr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