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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됐지만 대화 동력 살려야

송고시간2019-10-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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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서 가진 비핵화 실무협상이 빈손으로 끝났다. 이번 협상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신경전, 기 싸움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7개월 만에 성사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열렸다. 그런 만큼 '하노이 노 딜' 후 교착된 북미 비핵화 대화가 이번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큰 주목을 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북미 실무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협상 실패의 구체적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비핵화 방식과 제재 완화에 대해 양측이 본질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 협상 단장인 김명길 대사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취재진에 "미국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며 북한이 요구했던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고 좋은 대화를 가졌다"며 북한의 결렬 선언에 대해 "회담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비핵화 대화에 큰 동력을 제공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선거를 앞두고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정국이 비핵화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과 변수들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북미 비핵화 협상은 이번 협상 결렬로 큰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비핵화를 빼고는 논할 수 없으므로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본격화된 평화 노력도 길을 잃지 않을까 염려된다. 실무협상이 진전되면 연내 성사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북미 3차 정상회담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완전히 중단되거나 궤도를 이탈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북미의 추후 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북한 김 대사는 미국 측에 협상 준비가 안 돼 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의 초청을 수락할 것을 제안했다"며 "미국 대표단은 이 초청을 수락했었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번 천명했던 비핵화 의지가 살아있는 한 협상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이번 결렬은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평화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확인시켰다. 국가 생존 차원에서 핵을 개발해 온 북한이 핵 카드를 쉽게 포기 못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반신반의하는 미국은 대북 압박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 한다. 상대가 있는 협상이 결실을 보려면 서로 양보하고 입장을 절충해야 한다.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북한의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북미는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연한 태도로 대화 동력을 살려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측의 노력을 촉진하는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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