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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교훈 없었던 부산 산사태…왜 관리 사각지대였나

송고시간2019-10-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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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천개 산사태 취약지·1만5천개 급경사지에도 포함 안 돼

위험도 분석하지 않고 행정 편의상 만든 기준에 얽매여

산사태 예방 관리 엉망…전수조사 필요

부산 산사태 현장
부산 산사태 현장

[촬영 조정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11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산사태로 일가족 등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야산은 산 정상에 군부대가 있는 점에서 우면산과 유사하고 석탄 부산물을 매립한 위험지역이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7일 부산시와 사하구에 따르면 부산 지역 산사태 취약지역은 290여곳이고, 급경사지 등록지역은 676곳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산사태 취약지역 2만5천여곳, 급경사지 1만5천여곳이 등록돼 관리된다.

주민 4명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야산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도 급경사지로도 관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국 수만곳이 산사태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는데 이번 사고 지역이 빠져 있었다면 국가 산사태 관리 체계에 허점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정해진다.

산림청과 부산시 산림보전과 등 산림 분야 담당 기관은 이 야산이 산 정상부가 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매립 등을 거쳐 사실상 산림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봤다.

따라서 이 야산을 임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사태 취약지역보다는 급경사지로 관리했어야 했다.

부산 산사태 현장, 시신 수습하는 소방대원
부산 산사태 현장, 시신 수습하는 소방대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3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산사태 매몰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2번째로 발견된 매몰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19.10.3 handbrother@yna.co.kr

하지만 이 야산은 급경사지로도 관리되지 않았다.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면으로부터 높이가 5m 이상이고, 경사도가 34도 이상인 인공·자연 비탈면은 급경사지로 등록하고 연 2회 관리·점검을 하게 되어 있다.

사하구는 산사태가 발생한 직후 경사도가 크지 않을뿐더러 야산 아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지 았고 사고 징후가 없어 급경사지 위험지역으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 일부가 유실돼 정확한 경사도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경사도를 30도가량으로 추정했다.

행정당국이 관련 법령을 만들 때 행정 편의상 만들어둔 숫자나 기준에 얽매여 그 누구도 산사태로 위험했던 야산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다.

산 정상에 군부대가 있다는 이유에서라도 산사태 취약지역이나 급경사지로 분류하고 관리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조사단은 산 정상에 있던 군부대와 서울시가 산사태 방지 시설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산사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우면산 산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인명피해는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면산과 이번 부산 산사태의 유사성을 지목한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질, 토목, 산림, 건축 4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산사태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현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며 "적어도 이 지역이 산사태 관리지역으로 등록돼 2m 높이의 차단벽만 설치됐더라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산사태와 관련해 부산 전체 산에 대해 일제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예방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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