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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바다 살리자" 해운대 비치코밍 이끄는 화덕헌 씨

송고시간2019-10-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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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집 아들, 파라솔 폐기물 만져보고 재활용 아이디어 떠올려

지난해부터 부산 해운대서 '비치코밍 페스티벌' 주최

화덕헌 대표
화덕헌 대표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저는 이불집 아들입니다. 찢어진 파라솔 폐기물을 만져 보는데 '이건 재생이 되는 거다' 바로 알겠더라고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바다 환경 정화 운동인 '비치코밍 축제'를 이끄는 마을 기업 '바다상점' 화덕헌(54) 대표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비치코밍 축제는 지난 5일부터 행사를 시작해 오는 12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과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그는 2012년 초가을 우연한 계기로 바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해운대구의회 초선 의원이던 화 대표는 지역을 순찰하던 중 해변 쓰레기 하치장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폐 파라솔을 봤다.

여름 해운대 백사장을 가득 메웠던 파라솔 중 재활용이 가능해 창고로 옮겨진 것 외에는 모두 하치장으로 옮겨져 소각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화 대표는 "백사장에 많았을 때는 최대 1만개 파라솔이 설치되기도 했다"면서 "매년 여름 시즌이 끝나면 이 중 10%는 찢기고 녹슬어 폐기처분 됐다"고 전했다.

그는 폐 파라솔 천을 만지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폐 파라솔로 만든 가방 착용한 화 대표
폐 파라솔로 만든 가방 착용한 화 대표

[차근호 기자]

그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이불집을 하면서 저를 포함해 4남매를 키우셨다. 저도 어머니 덕에 천 제품에 대한 이해는 다른 사람보다 높다"면서 "폐 파라솔을 만졌는데 나일론이 아니라 면으로 돼 있었고, 가방으로 재생하면 훌륭하겠다.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전했다.

화 대표는 그길로 폐 파라솔을 얻어와 집에서 가방을 만들었다. 본인이 자전거를 탈 때 매고, 주변 지인에게도 나눠줬다.

어머니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덕분에 화 대표 제품은 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는 "면티 하나 만드는데 드는 목화를 키우려면 농업용수가 1t가량이 들고, 파라솔 1개를 만드는 데는 농업용수 10t이 든다"면서 "파라솔 하나 재생하는 게 얼마나 환경에 도움 되는지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재선에 실패한 화 대표는 바다 쓰레기 재생을 평생 업으로 삼기로 했다.

2014년 마을기업을 설립을 준비해 이듬해 지인 22명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금의 '바다상점'을 차렸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고기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고기

[차근호 기자]

바다상점은 해운대 해수욕장 호안도로 가운데, 해변관리소 건물 1층에 있다.

화 대표는 "이미지로서의 바다는 관광객들이 동경하는 곳이지만, 해변에서 5분만 벗어나 청사포, 미포, 구덕포로 가면 해양쓰레기가 정말 많다"면서 "해양관광자원으로 부산이 살아가는 만큼 보호를 위한 활동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화 대표의 시도는 꽤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폐 파라솔을 이용한 가방, 폐튜브를 활용한 돗자리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언론에도 잇따라 보도됐다.

2017년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마을기업 설립과 함께 '비치코밍' 활동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 자신이 생산한 가방 150개를 상품으로 내걸고 50ℓ 쓰레기봉투에 해변 쓰레기를 가득 담아오도록 했는데 참가자가 순식간에 모집됐다.

지난해에는 비치코밍 행사를 '축제'로 한단계 승격했다.

비치코밍 축제 해운대돔
비치코밍 축제 해운대돔

[차근호 기자]

마을기업 매출액 상당 부분도 축제를 여는데 투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아직 외국인들처럼 개인적으로 활동하지는 않더라도 프로그램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비치코밍 축제 성공 가능성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를 통해 어른들이 해변을 치우는 데 동참하며 경각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실천적·도덕적 부담을 주기보다는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축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화 대표는 "환경오염을 근원적으로 줄이려면 생산단계를 대폭 손질하고 정책 입안자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컸을 때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한 정책 입안자가 되고, 해양쓰레기 재활용·재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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