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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르추크, 인간 고독과 모순 파헤치며 소통 모색한 이야기꾼(종합)

송고시간2019-10-1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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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철학 공부하는 심리치료사서 작가로…신화·전설 원형 담은 소설세계

"문학이란 가장 심오하고 정교한 교감 수단…글쓰기는 가장 정직한 행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강종훈 기자 = "문학이란 가장 심오하고 정교한 교감의 수단이다. 글을 쓰는 덕분에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을 경험할 수 있고,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굴레로부터 빠져나와 생의 범주를 넓히려는 시도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며, 타인과의 경계선, 거리, 혹은 단절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작년 몫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역대 15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된 올가 토카르추크(57)가 2000년 4월 폴란드 문예지 '문학생활' 인터뷰에서 밝힌 문학의 정의다.

그에 따르면 문학이란 "타인과의 교감"이며 글쓰기는 "가장 정직한 행위"라고 한다.

이처럼 토카르추크에게 문학은 사람 간 소통일 뿐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도구이자 통로이다.

이런 문학관은 심리 치료사로 일하다 전업 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문화인류학과 철학에도 조예가 깊고 특히 카를 구스타프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배경은 신화,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가 작품에 차용되며 인간의 근원적 고독, 소통 부재, 이율배반적 욕망 등을 섬세하게 파고들어 묘사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토카르추크는 여성 작가이지만 페미니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이처럼 인간 본성을 탐구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에 전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작품은 교조적이기보다 인류 보편성을 담보하고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다'는 공감을 얻는다.

실제로 그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폴란드 대표 작가 중 하나다.
지난해 맨부커상 수상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프랑스 콩쿠르상을 제외한 나머지 둘을 석권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약소국이자 유럽의 변방인 폴란드에서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올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올가를 노벨상 수상 작가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형식이라고 본다"면서 "소소하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은 얼핏 보면 다른 이야기 같은데 장편으로 모이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15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카르추크
15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카르추크

(브로클라우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를 선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9월 1일 찍은 모습.
토카르추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한림원은 설명했다.

그는 등단 초부터 관심과 인기를 끌며 꾸준히 독자층을 넓혔고 평단으로부터도 고르게 호평을 받아왔다.

1993년 출간한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은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세 번째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은 40대 이전 작가들에 주는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고 폴란드 최고 권위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에도 선정됐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2007년 출간한 '방랑자들'이다. 영어판 제목은 '플라이츠'(Flights). 국내에는 조만간 민음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야고보서', 'E. E.', '낮의 집, 밤의 집', '세상의 무덤 속 안나 인', '망자의 뼈에 쟁기를 휘둘러라'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1962년 폴란드 술래호프 지역에서 태어났고 바르샤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토카르추크는 역시 맨부커상 수상 이력이 있는 소설가 한강과도 인연이 있다. 2014년 폴란드에서 '채식주의자'가 번역 출간될 때 한국문화원 주관 출간 기념행사에서 두 사람이 만나 대담한 이후 교분을 쌓아왔다고 최 교수는 전했다.

토카르추크는 2005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한 세계젊은작가축전 참가차 방한한 적도 있다. 이후 폴란드에서 단편문학페스티벌을 주관하며 친분 있는 한국 작가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미투' 파문으로 선정하지 못한 자리에 올가가 뽑힌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올가의 작품에 여성 화자와 여성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고 신화적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초자연적 힘을 가진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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