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개혁안 내놓고 임명 한달만에 사퇴…수사·여론 '이중압박'(종합)
송고시간2019-10-14 17:45
文정부 국정운영 난맥상 가중…총선前 중도층 민심이반·지지율 하락 부담
개혁안 발표로 '1차 소명' 완수 판단…文대통령 "역대 정부서 못한 큰 발걸음"
국회에 '패스트트랙 촉구' 메시지도…曺 "제가 내려와야 檢 개혁 완수 가능"
'서초동·광화문' 국론분열 우려 고조…수사 진행 속 '명예퇴진' 선택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만이자 지난달 9일 장관직에 공식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여권 전체에 대한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점차 국정운영의 부담을 가중하는 가운데, 이제는 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전격 사퇴의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잇따라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국론 분열이 장기화한다면 정부가 통합과 민생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날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개혁의 '큰 걸음'을 떼는 성과를 거뒀고, 이처럼 '1차적 소임'은 다 한 만큼 지금이 물러서야 할 때라는 것이 조 장관의 판단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사퇴 타이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단을 더 미룰 경우 검찰 수사와 연관돼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 만큼,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서라도 지금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진영대결·국정지지율 악화…국정운영 부담에 與 내부서도 "더 못버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조 장관의 사퇴를 두고 "미리 상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 장관이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국의 흐름, 검찰개혁 동력 확보, 수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 장관 스스로 판단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조 장관이 국회에서 사법개혁 법안이 처리되는 10월∼11월을 전후해서 거취를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날 조 장관의 사퇴 발표는 이런 정치권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조 장관 논란이 불거진 후 계속돼 온 여론 악화가 좀처럼 반전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정운영에 가해지는 부담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것은 물론, 곧 역전될 흐름까지 보였다. 국정성과에 집중해야 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 장관으로서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5.3%로, 한국당은 3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0.9%포인트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최소치였다.
특히 일간 집계로 보면 금요일이었던 지난 11일 민주당이 33.0%, 한국당이 34.7%로 나타나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이런 흐름에 청와대와 여권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았으며, 조 장관 역시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을 눈앞에 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권이 입은 내상이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보고 조 장관 사퇴를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최근 서초동·광화문에서 잇따라 열린 대규모 집회가 마무리됐다는 점도 고려됐으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과 민생·경제 의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본인이 비켜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혁안 발표로 '1차 임무' 마무리…曺 "제가 내려와야 檢 개혁 완수"
조 장관이 이날 특수부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사퇴 타이밍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결국 장관으로서 시행령 등을 개정해 할 수 있는 개혁안은 우선 매듭을 지은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이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조 장관의 이날 발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지시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날 발표는 조 장관이 구상한 검찰개혁 전반 가운데 일부일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소명을 완수했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여권에서는 검찰개혁 이슈를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킨 것으로 조 장관이 어느 정도 소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 장관은 향후 국회에서의 검찰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지금 본인이 물러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서 할 일을 한 만큼 이제 국회도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들을 통과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며, 야권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조 장관이 사퇴한다면 야당이 개혁법안 처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져 입법 걸림돌이 사라지리라는 셈법으로 읽힌다.
◇ 檢수사 고려하면 '명예퇴진' 지금 뿐…일각 "현직장관 檢소환 의식" 분석도
일각에서는 조 장관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상황이 전격 사퇴 발걸음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다섯번째로 비공개 출석 시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조사 내용을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에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만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임박한다면, 조 장관으로서는 거취를 결단하기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영장청구를 전후해 사퇴를 발표한다면 자칫 현직 장관이 검찰 소환 등 수사에 떼밀려 옷을 벗는 모양새가 되어 거취 결단의 의미가 퇴색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사퇴를 한다면 소임을 다한 뒤의 '용단'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더 결단을 미룰 경우 검찰 수사와 연관될 위험이 있다"며 "결국 조 장관 본인으로서는 '아름다운 시기'에 외롭게 결정을 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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