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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그리고 내 딸의 이야기…영화 '82년생 김지영'

송고시간2019-10-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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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1982년 봄 출생, 누군가의 딸,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돌 된 딸 아이의 엄마인 김지영(정유미 분). 그의 하루는 집안일과 육아로 시작해서 같은 일로 끝난다. 집안일을 쉬지 못하니 손목이 매일 아프다.

남편 대현(공유)은 육아를 '도와준다'지만 실상 육아는 오롯이 지영 몫이다. 자기가 차려준 밥을 남편이 먹는 동안 지영은 자기 밥은 한술도 뜨지 못한 채 딸 아영 밥 먹이기에 여념이 없다.

명절이 되면 지영은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시댁에서는 시어머니와 지영만 일한다. 남편이 설거지라도 거들려고 하면 시어머니는 눈치를 준다. 남편은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손님처럼 쉴 뿐이다.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는 지영이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일이다. 지영 위로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 이렇게 삼남매가 있는 지영 집에서는 할머니가 늘 "여자애들은 엄마 밥 차리는 것이나 도와", "집안에 아들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남동생과 자매를 차별했다.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하는 지영은 항상 벽에 막힌 것처럼 답답한데도,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나 마신다"고 욕한다.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지영이 어느 날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고 대현은 그런 아내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다.

상영 시간 두 시간이 조금 못 되는 이 영화 안에는 그동안 의식하거나 낯설게 보기 힘들었던 가부장적 사회의 여러 관습이 응축돼 담겨있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한 시대에 태어나 가정에서는 당연한 듯 차별을 받으며 자랐다. 성범죄를 당할 뻔해도 '여자가 조심해야지'라는 말이 날아오기 일쑤다. 남성과 동일한 교육을 받았지만, 승진에서는 결혼과 육아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집안일은 여성 몫으로 여긴다. 결혼과 출산에도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남성과 달리 여성 경력은 단절된다.

지영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는 여러 일을 통해 김지영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기혼 여성은 물론이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 심지어 남성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워킹맘이 직장 내에서 겪는 고충이나 몰래카메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더 괴로워하고 두려움에 떠는 현실 등은 지영과 대현의 주변 이야기들로 비교적 매끄럽게 삽입됐다.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초반 다른 사람들로 행동하던 지영은 마지막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를 지영의 성장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모습의 지영이 들려주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뿌리 깊은 관념과 사회 구조는 변하지 않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영은 '가족을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희생당해야 했고 또 희생당하는 수많은 여성을 대변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영의 어머니보다는 지영이가, 그리고 지영이보다는 아영이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은 14일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을 살아가는 김지영들에게 '괜찮다. 더 좋아질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첫 관객인 조남주 작가가 '소설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이야기 같다. 이 영화를 선물 받은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이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되는 까닭인지 영화는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여러 비난에 시달렸다.

김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의 SNS는 악플로 도배됐으며 영화 제작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개봉 전인데도 평점 테러가 이어져 현재 평점이 비공개 상태인 네이버 영화에서의 평점은 3점대까지 내려갔고 왓챠에서의 평점은 2.9점에 불과하다.

반면 영화에 지지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주연 배우들은 정작 그런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정말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은 (이 영화 출연 결정이 아니라) 따로 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공유도 "영화 제작 과정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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