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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떠나는 사람들…가나안 교회 '새로운 모델' 될까

송고시간2019-10-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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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당 훼손' 사과·파면 손원영 교수, 가나안 교회 이야기 '교회 밖 교회' 펴내

'교회 밖 교회' 필진
'교회 밖 교회' 필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교회 밖 교회'를 펴낸 손원영 교수(아래 왼쪽) 등 집필진이 14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9.10.14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2016년 사찰 내 불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를 대신해 사과하고 복구 비용을 모금했다가 대학에서 파면됐다.

그는 학교를 상대로 징계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승소했지만, 학교 측은 복직과 관련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신학자, 교육자로서 무척이나 답답한 시간이었지만 오랜 시련은 일면 그에게 신앙적으로 소중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가나안' 신자들을 돕기 위한 선교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나안(Canaan).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쪽 지역의 오래된 이름이다. 신학적 해석으로는 '천국'을 의미한다. 이 가나안이란 단어를 거꾸로 뒤집으면 '안나가'가 된다. 가나안 신자란 과거 교회에 충실히 다녔지만, 교회의 각종 비리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더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개신교계에서는 이 같은 가나안 신자 수가 2019년 8월 기준 전체 개신교 신자 1천만명 중 25%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손 교수는 해고 이후 동역자들을 만나 2017년 7월 1일부터 2년이 넘는 시간 가나안 교회 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신자를 위한 교회를 세우고, 이들과 함께해온 영성의 기록을 '교회 밖 교회(예술과영성)'라는 이름의 책 한권에 담아냈다.

그가 가나안 신자와 그 교회의 이해를 위해 펜을 들었다면 동역자들은 교회 안에서 이뤄졌던 전문 특강, 섬김의 목소리. 가나안 교회에 직접 참여하거나 목회를 관찰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손 교수와 동역자들이 끌어온 가나안 교회는 음식과 음악, 거리 순례, 인문학 등 전문 분야가 특성화된 형태로 설립됐다. 예배할 때마다 장소를 빌려 목회자와 신자들이 모였던 탓에 기존 교회처럼 우뚝 솟은 건물은 없다.

이들은 이를 적절한 교회 모델을 찾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교회 운영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존폐를 결정한다. 지난 2년간 10개의 가나안 교회가 설립됐으나 평가를 통해 5개 교회는 살아남았고, 나머지 5개는 사라졌다.

가나안 교회가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하듯 평가 과정에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자들도 참여한다.

가나안 교회는 교단이나 직분, 특정 교리를 절대화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교회가 대형 교단에 소속돼 완고한 교리를 고집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가나안 교회 '새로운 모델' 될까 - 2

손 교수는 14일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교회 밖 교회' 집필진들과 함께 연 기자 간담회에서 "종교 인구가 비종교 인구보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나안 교회는 가나안 신도들에게 '쉘터(shelter·피신처)'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교회를 떠난 가나인들이 쉼터 같은 이곳에서 영적 기운을 차린 뒤 다시 좋은 교회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는 "가나안 교회를 찾는 많은 분은 번영 이데올로기, 성장 제일주의에 빠진, 비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교회를 다니다 떠나서 온 분들"이라고 전했다.

손 교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의 막말, 명성교회의 부자 목사 세습 등 국내 교회에서 여러 논란이 적지 않은 것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요즘 적폐라는 말이 많다"면서 "마지막 적폐는 바로 교회"라고 비판했다.

그간 가나안 교회는 '개방형 성찬식'을 해왔다고 한다.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 다른 종교를 따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의식이다.

하지만 한기총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손 교수를 '이단(異端)'의 심판대에 올렸다고 한다.

손 교수는 "성탄절에는 사찰과 공동으로 축하 행사를 여는 데 이를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단의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손원영 교수
손원영 교수

[촬영 양정우]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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