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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2명, 英 부커상 공동수상…애트우드·에바리스토

송고시간2019-10-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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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깬 '파격'…"에바리스토, 흑인 여성작가로는 첫 수상"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이 1명의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규정을 깨고 올해 이례적으로 2명에게 상을 줬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로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79)와 버나딘 에바리스토(60)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에바리스토는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커상 수상자가 됐다.

부커상 수상자들
부커상 수상자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마거릿 애트우드(왼쪽)와 버나딘 에바리스토

수상작은 애트우드의 '증거들'(The Testaments)과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성, 다른 것'(Girl, Woman, Other)이다.

애트우드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출간된 '증거들'은 가까운 미래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여기는 전체주의 사회를 묘사한 소설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 1985년)의 속편이다.

1959년 영국에서 태어난 에바리스토의 수상작은 대부분 19~93세의 흑인 영국 여성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영국에서 살아가는 12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인 영국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를 부모로 둔 작가는 앞서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영국 여성의 삶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부커상 수상자는 여러모로 화제를 낳은 '깜짝 발표'였다.

심사위원장인 피터 플로런스는 "규정에 우리가 수상자 1명만을 뽑을 수 있다고 돼 있다는 점을 매우 확실하게 들었다"면서도 "합의 내용은 규정을 어기고 올해는 2명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부커상 공동 수상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만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부커상은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와 배리 언즈워스의 '성스러운 굶주림'(Sacred Hunger)에 돌아갔다.

이때 부커상 운영진 측은 공동 수상으로 인해 어느 한 작품의 권위가 약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추후 1명의 수상자만 내기로 규정을 바꿨다고 NYT는 소개했다.

이후 이러한 규정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동안 1명의 수상자라는 관행이 정착됐다고 부커상 재단의 문학 부문 책임자인 개비 우드는 설명했다.

이번에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기까지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듭해 부커상 운영진 측에 세 번이나 의사를 타진했고 이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두 작가 중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돼 이른바 '미투 운동 세대'를 위해 페미니스트를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34년 만의 속편인 '증거들'에 쏠린 관심이 컸던 터라 애트우드는 일찌감치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애트우드는 이날 시상식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글로벌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배지를 달고 나오기도 했다.

2000년에 '눈먼 암살자'로 이미 부커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애트우드에 비해 에바리스토는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감이 있어 이번 수상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바리스토는 부커상을 받은 첫 번째 흑인 여성이라고 NYT는 전했다.

실험적 작가인 그는 총 8개의 소설 작품에서 이른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삶을 탐색했다.

이번 수상작에 대해선 시와 산문이 혼재돼 스스로 '퓨전 소설'이라고 부른다.

올해 부커상 후보로는 영국의 유명 작가 살만 루슈디도 포함됐다.

이날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애트우드는 "나는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데, 당신이 관심의 한 부분을 공유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고 에바리스토는 "전설인 애트우드와 함께 공동 수상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트우드는 "우리 중 아무도 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69년 제정된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올해 수상자는 상금 5만 파운드(약 7천464만원)를 나눠 갖게 된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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