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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광장'으로 꿴 한국미술 100년(종합)

송고시간2019-10-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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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서울·덕수궁관 첫 3관 통합전…한국 근현대사 속 미술 종횡 살펴

290여명 450점 소개…의병화가 박기정·월북작가 최재덕·만화가 김성환 등 포함

의병화가 박기정 '설중매'
의병화가 박기정 '설중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전시된 박기정 '설중매'. 의병 출신 화가인 박기정은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만 사군자를 그려서 팔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미술관은 설명했다. '설중매'는 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에 포함됐다. 2019.10.16. air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광장'이 주목받는 시대다. 사람들은 광장에서 타인을 만나고 연대하지만, 광장을 경계로 분열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특히 민주화 투쟁부터 한일월드컵, 촛불집회를 거쳐 최근의 서초동·광화문 집회 등을 경험한 한국인에게 그 무대였던 '광장'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개관 5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미술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 열쇳말로 '광장'을 택한 이유다. '광장'이라는 화두는 지난 세기 "살롱에서 광장으로 나온 현대미술"(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변화와도 맞아떨어진다.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17일부터 서울·과천·덕수궁관 3개 관에 걸쳐 국내외 작가 290여명의 작품 450여점을 소개하는 초대형 전시다. 미술관 개관 이래 3개 관에서 통합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하는 '광장'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하는 '광장' 전

(과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공개된 미술관 개관 50주년전 '광장' 2부 전시장. 과천관 중앙홀에 최병수가 1987년 그린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와 2년 뒤 5월 노동절 때 학생, 시민과 함께 그린 '노동해방도'가 걸렸다. 2019.10.16. airan@yna.co.kr

'광장'은 개항 이후 식민지, 해방, 분단, 전쟁, 민주화, 산업화로 이어진 한국 근현대사를 회고하거나 한국미술 100년을 양식과 사조 변화 등에 따라 분류하고자 기획된 전시가 아니다. "격동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 역사와 사회를 중심축에 놓고 미술이 어떻게 종횡했는지를 살펴보려는"(김인혜 학예연구사) 시도다.

덕수궁관(내년 2월 9일까지)과 과천관(내년 3월 29일까지)이 각각 1900∼1950년, 1950∼2019년을 다룬다면, 내년 2월 9일 폐막하는 서울관 전시는 '광장'의 정신을 주목한다.

김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덕수궁관 전시는 '의'(義)를 화두로 삼아 80여명의 작품 120여점과 자료 180여점을 소개한다. 19세기말 개화기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의로움을 좇은 인물들의 자취를 돌아보면서 그들이 가까이한 예술을 함께 포갰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한국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의 '자화상'(1915)을 출발점으로 하는 통상적인 접근과는 다르다.

의병 출신 화가로 오로지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만 그림을 그렸다는 박기정(1874∼1949)의 12폭 병풍 '설중매'는 세월이 묻어남에도 아름답게 반짝인다.

을사늑약 체결 후 낙향한 석지 채용신(1850∼1941)이 그린 지방의 우국지사 초상 연작, 안중식이 삽화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 금서였던 아동용 교과서 등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고유의 미학을 찾으려 한 작가로 거론된 최재덕 '한강의 포풀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은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이중섭이 남으로 왔고 최재덕이 북으로 갔으니 비겼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뛰어난 최재덕은 월북 작가라는 점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대 규모인 과천관 전시(강수정 학예연구관 기획)는 한국전쟁 이후 지난 70년을 ▲ 전쟁과 애도 ▲ 혁명과 열정 ▲ 치유와 공존을 주제어로 삼아 살핀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정신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정신대'

(과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전시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정신대'. 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출품작 중 하나다. 2019.10.16 airan@yna.co.kr

과천관은 로비에 1987년을 상징하는 최병수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과 최병수가 2년 뒤 학생 등과 함께 완성한 '노동해방도'를 내걸었다. 오윤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등장하는 걸개그림 '칼노래'(1980년대)도 이번에 처음 전시된다.

최근 타계한 '고바우 영감' 시사만화가 김성환의 '6·25스케치' 연작을 포함하는 등 전시 전반에서 미술가를 관습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들을 비롯해 변월룡,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서도호, 이불,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200명의 작품 300점을 볼 수 있다.

지난달 먼저 시작한 3부 서울관 전시는 2019년의 우리에게 광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이사빈 학예연구사는 12명 국내외 작가와 함께 광장의 진정한 정신을 생각하고 공동체와 개인 문제 등을 짚는다.

김환기 그림과 달항아리
김환기 그림과 달항아리

(과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전시된 김환기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김환기가 소장했으며 예술에 큰 영감을 받은 달항아리 한 점도 함께 놓였다. 2019.10.16 airan@yna.co.kr

국가라는 공동체의 성립 조건을 묻는 에릭 보들레르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평의 집을 짓고 유지하는 과정을 통해 난민과 주거불안을 겪는 우리네 상황을 연결짓게 하는 송성진 '1평조차' 등이 흥미롭다.

한국미술 100년을 조망하는 전시인만큼 3개관을 묶은 전시는 방대하다 . 일부 공간은 작품들을 욱여넣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윤범모 관장은 이날 과천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은 미술관 생일"이라면서 "20세기 격동의 근현대사와 미술이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본 내용을 오롯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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