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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결별하다, 동화로 탄생하다…5년만에 돌아온 말레피센트

송고시간2019-10-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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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말레피센트2', 1편 뛰어넘는 스펙터클 세계관으로 귀환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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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5년 만에 돌아온 '말레피센트'의 속편, '말레피센트2'는 원작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전편 '말레피센트'(2014)는 엄밀히 말해 그 자체로 즐길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보다는 21세기 실사 영화가 50여년 전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그 차이를 짚어보는 의미가 컸던 작품이었다.

1편은 파격적인 줄거리로 화제를 모았다. 물레에 찔려 잠든 오로라 공주의 진정한 사랑은 필립 왕자가 아니라 오로라를 키운 마녀 말레피센트였다는 이야기다.

이성애와 가족 중심주의, 수동적 여성성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PC)' 교정한 이 재해석 기조는 '미녀와 야수'(2017)나 '알라딘'(2019) 등 이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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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동화와 원작에 대한 오늘날의 해석본이었다면, 2편은 이와 단절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세운다. 말레피센트와 무어스 숲에 대한 인간의 편견이 여전한 세상, 오로라 공주가 필립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말레피센트2'에서 주요 '빌런'으로 등장하는 잉그리스 왕비는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다. 인간 세계의 또 다른 왕국 얼스테드의 우아한 왕비인 그는 무어스 숲을 혐오하며 말레피센트를 함정에 빠뜨릴 음모를 설계한다. 잉그리스 왕비의 계략으로 인간 세계는 뿔과 날개를 가진 요정 종족 '다크페이'와 일대 전쟁을 벌인다. 다크페이는 말레피센트가 가진 신비한 힘에 대한 기원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추가되고 세계관이 확장된 '말레피센트2'는 동화 같은 전편의 톤에서 벗어나 판타지 블록버스터 장르로 탈바꿈한다. 인간과 다크페이 종족이 성벽에서 벌이는 고공전투, 활강 액션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쟁 신(scene) 못지않다.

1편이 원작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원작에서 완전히 떨어져나온 2편의 줄거리는 익숙하면서도 고전적이다. 영화는 '원시적 자연과 이를 지배하려는 인간'이라는 대결 구도를 빌려 '다양성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얼스테드 왕족은 백인이, 다크페이 종족은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점 또한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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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다소 뻔하다거나 교훈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뉘는 '말레피센트2'의 세계는 단순하다. 2편에서야 비로소 동화에서 벗어난 이 영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아이의 동화 속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이유는 그래서다. 영화 속 무어스 숲의 비주얼과 다크페이의 삶은 영화 '아바타'(2010)의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을 지나치게 닮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짜 광대뼈와 뿔 분장을 한 앤젤리나 졸리의 모성애 연기는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인간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던 말레피센트가 결국 오로라 공주의 말 한마디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관객들마저 '무장해제'시킨다. '사랑(모성애)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따분한 교훈도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사랑 앞에선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디즈니는 '말레피센트2'에서 동화를 재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마음대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까지 입증해 보인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를 보는 구경도 쏠쏠하다. 필립 왕자는 배경처럼만 존재했던 1편과 달리 자신만의 생각과 주장이 있는 생생한 캐릭터로 거듭난다. 잉그리스 왕비를 연기하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 미셸 파이퍼와 앤젤리나 졸리의 연기 대결은 명불허전이다. 17일 개봉.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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