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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시리아 만비즈로 병력집중 긴장고조…美 빈자리 채우는 러(종합)

송고시간2019-10-16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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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만비즈서 철수…러시아군 양측 충돌 방지 움직임

시리아 정부 손 잡은 쿠르드족 반격 나서…라스 알-아인 탈환

시리아 만비즈로 이동하는 터키군
시리아 만비즈로 이동하는 터키군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시리아로 진격한 터키군과 쿠르드·시리아 정부군 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양측은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요충지 만비즈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만비즈에 주둔하던 미군은 휘말리지 않겠다며 도시를 떠난 반면, 러시아군은 양측의 경계선에서 충돌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개전 7일째인 15일(현지시간) 터키 국방부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진행 중인 '평화의 샘' 작전으로 테러리스트 611명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평화의 샘'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하면서 붙인 작전명이다.

개전과 함께 제공권과 중화기를 앞세워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을 몰아붙인 터키군은 주요 요충지인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을 함락하고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쿠르드족 도시 만비즈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아제르바이잔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비즈와 관련해 우리가 한 결정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결정'은 이른바 '만비즈 로드맵'을 의미한다.

유프라테스강에서 서쪽으로 30㎞가량 떨어진 만비즈는 YPG가 2016년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장악한 요충지다.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세력이 강 서쪽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경계한 터키는 지속해서 YPG가 만비즈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은 지난해 터키와 만비즈 로드맵에 합의, 만비즈에서 YPG를 철수시키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YPG는 만비즈를 떠나지 않고 있다.

터키의 만비즈 공격 의도를 파악한 알아사드 정부는 이곳에 정부군을 배치했다. 터키군이 만비즈를 공격할 경우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충돌이 예상된다.

만비즈에 배치된 시리아 정부군
만비즈에 배치된 시리아 정부군

[AFP=연합뉴스]

양측의 충돌이 임박하자 만비즈에 주둔 중이던 미군은 도시를 떠났다.

시리아 주둔 미군 대변인은 이날 "만비즈에서 철수를 완료했으며, 수백 명에 달하는 병력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러시아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2017년부터 만비즈에 주둔하며 터키와 쿠르드족 간 충돌을 방지해왔다.

이제 러시아가 과거 미군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와 그 주변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터키군의 경계선을 따라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의 최대 지원 세력이다. 러시아의 지원이 없었다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의 공격에서 정권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과 갈등을 겪은 터키는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였다.

터키와 알아사드 정권 모두에 러시아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존재인 셈이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별대사는 이날 "터키와 시리아군의 충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우리는 물론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는 시리아에 영원히 주둔할 권리가 없다"며 "초기의 합의에 따르면 터키군은 시리아 쪽으로 5∼10㎞만 진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도시 라스 알-아인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도시 라스 알-아인

[EPA=연합뉴스]

'어제의 적'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은 쿠르드족은 반격을 개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SDF가 치열한 전투 끝에 터키군에 함락된 라스 알-아인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개전 이후 이날까지 SDF 대원 133명과 SNA 병사 108명, 터키군 8명이 전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병사 2명이 추가로 전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개전 이후 터키군이 인정한 전사자의 수는 7명으로 늘었다.

양측의 충돌로 희생된 민간인과 전쟁의 참화를 피해 고향을 떠난 피란민도 급증하고 있다.

쿠르드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기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북동부에서 적어도 41명이 숨졌으며, 165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알렸다.

터키 마르딘 주(州)에서는 이날 SDF의 박격포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평화의 샘 작전이 시작된 이래 국경 건너 시리아 쪽에서 박격포탄 700여 발이 날아들어 민간인 18명이 순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적어도 16만명이 대피했다"며 양측에 즉각 긴장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피란민의 수를 25만여명으로 추산했으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일주일 사이 약 7만명의 어린이가 대피했다고 밝혔다.

쿠르드 자치정부 내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던 국제기구들도 무력충돌이 심화함에 따라 철수에 나서고 있다.

터키군 공격에 피란길 오르는 쿠르드 주민들
터키군 공격에 피란길 오르는 쿠르드 주민들

(이스탄불 AFP=연합뉴스) 터키군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사흘째인 11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도시 탈 아브야드 주민들이 트럭에 가재도구 등을 싣고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leekm@yna.co.kr

2014년부터 시리아에서 구호 활동을 벌여온 '자비군'은 전날 활동을 중단하고 외국인 대원의 철수를 결정했으며, '국경없는의사회' 역시 이날 활동을 중단했다.

다만, AP통신은 "거의 모든 구호단체가 외국인 직원을 철수시키고 있지만, 이는 양측의 충돌보다도 구호단체에 비우호적인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북동부에 진입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전날 터키에 군사 공격 중단을 압박하며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으며, 미 행정부는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부 장관, 파티흐 된메즈 에너지부 장관 등 3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에 대한 철강 관세를 50%까지 인상하는 한편, 미 상무부 주도로 터키와 진행하던 1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 관련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7회 터키어권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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